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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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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미투자 재원 조달방식·AI·지역화폐…예산안 심의, 곳곳 ‘지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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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억 달러 현금투자 재원 마련 공방…MOU 비준 논란까지

    “AI 고속도로 깔아야” VS “A만 붙어도 예산 붙는단 소문 돌아”

    野 국민성장펀드 등 ‘100대 문제사업’ 삭감 공세 예고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심의의 쟁점 중 하나는 ‘대(對)미 투자’ 예산이 떠올랐다. 정부가 애초 계획과 달리 현금 지원 비중을 대폭 늘리기로 합의하면서다. 여야는 벌써 재원 조달 방식과 양해각서(MOU)의 국회 비준 필요성을 놓고 거센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최우선 국정과제인 AI(인공지능) 대전환,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등 이른바 ‘이재명표’ 도장이 찍힌 대규모 사업들 역시 심사 과정에서 여야의 갈등이 격화할 전망이다. 여대야소 정국으로 예산안의 법정기한 내 처리는 무리가 없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미국과 관세협상의 마침표가 아직 찍히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을 둘러싼 과도한 정쟁과 공방이 협상 이행력을 약화하고 외환 시장 등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내용 바뀐 대미 관세합의…예산안도 수정 가능성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6일 종합정책질의를 열고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 심사를 본격화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대미 투자의 후속조치다. 애초 정부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대출과 보증 중심으로 추진할 계획으로, 내년 예산에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 지원 예산 1조 9000억원만 반영했다.

    그러나 지난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가 매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미국에 현금 투자하기로 합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연 200억 달러 중 150억 달러는 외환자산 운용 수익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달러표시 외평채 발행과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의 한국계 외화채권(KP) 발행 등을 통해 마련할 방침인데, 문제는 정부의 계획대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느냐다.

    야당에서는 외화자산 운용 수익만으로는 현금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지난해 외화자산 운용수익은 12조 8000억원이다. 여기서 법정적립금 30%(27억 8000만달러)를 제외하면 남은 수익은 95억 6000만달러에 불과해 정부가 약속한 대미 현금투자 상한액 200억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외화채권 발행 등 정부의 추가 재정 투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한미 관세합의 MOU의 국회 비준 동의 여부를 둘러싼 갈등은 예산안 심사를 시작부터 파행으로 몰고 갈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비준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긋는 반면, 야당은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압박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예결위에 출석해 “원칙적으로 조약은 비준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적정한 형식의 국회 동의를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야당에선 “헌법에선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 부담을 지우는 경우 국회 동의를 명시하고 있는데도 국회 비준을 않겠다는 건 헌법과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는 아직 한미 관세합의를 반영한 구체적인 예산 수정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검토되고 있는 건 없지만, 한미간 ‘조인트 팩트시트(합동 설명 자료)’가 확정되면 그에 따라서 예산에 일부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AI·지역화폐·국민성장펀드…여야 강대강 대치 예고

    이재명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AI 대전환’ 관련 예산도 심의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에 AI 분야에만 10조 1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 대비 4조 4831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부의 내년 예산안은 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안”이라며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급격히 늘어난 AI 관련 예산에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의 예결위 위원들은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10개 부처에 편성된 ‘AI 응용 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 사업’ 9000억원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점을 언급, “(정부가) 국가재정법을 위반한 채 불투명 졸속 AI 예산을 대거 편성했다”며 ‘무늬만 AI’인 사업들에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이들은 “‘AI 3강’ 예산은 3조 3000억원에서 10조 1000억원으로 6조 8000억원 증가했지만 사업 내용이 중복되거나 백화점식으로 나열돼 AI의 A만 붙어도 예산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난무하는 상태”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AI 예산 분류 기준 부재와 부처 간 조율 미흡으로 체계적 편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예정처는 “국가 AI전략위원회와 예산당국 간 협의를 통해 예산사업 기준과 성과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전 국민 AI 인재양성 예산에 대해서도 “시·공간적 제약과 인프라 부족으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지역화폐 발행 예산 1조 1500억원, 국민성장펀드 조성을 위한 예산 1조원 등 새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대형 사업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들 사업을 포함한 ‘2026년도 예산안 100대 문제 사업’을 추려 심사 과정에서 삭감 공세를 편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은 “지역화폐 등 ‘상품권 공화국’ 예산, 국민연금 연기금까지 끌어다 쓰려 하는 국민성장펀드 예산 등 ‘펀드 공화국’ 예산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별렀다.

    정부 관계자는 “여대야소 정국임을 감안하면 내년 예산안의 법정기한 내 처리는 사실상 100%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새 정부의 첫 예산안이라 심의 과정에서의 갈등이 여느 때보다 고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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