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분당구·송파구가 뒤이어
세금 폭탄에 자녀 주겠다는 입장
무상증여, 토허제 대상에서 제외
실거주 2년 의무 없는 것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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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으로 이뤄지는 증여는 토지거래허가제 대상이 아니라고 하네요. 다 막아서 팔지도 못하는데 당장 내년 보유세도 걱정되고, 이참에 주택 1채를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합니다."(서울의 한 다주택자)
올해 들어 아파트 등 집합건물 증여가 폭증하는 것은 서둘러 부의 대물림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양도소득세·보유세는 물론 나중에 상속세 등 각종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다. '10·15 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제 지역이 넓혀진 것도 증여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무상증여는 허가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6~10월 서울 월평균 증여 755건
6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1~10월 집값이 급등한 강남3구와 양천구, 성남 분당구 등에서 증여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아파트 등 서울 집합건물 증여건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6월부터 증가세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6월부터 10월까지 월평균 755건의 증여가 이뤄졌다. 이전 1~5월에는 월평균 588건의 부의 대물림이 발생했다.
올 1~10월 증여 상위 지역을 보면 서울에서는 1위가 강남구로, 572건을 기록했다. 뒤를 이어 양천구(481건), 송파구(450건), 서초구(430건) 등의 순이다. 이 기간 강남3구 증여건수는 총 1452건으로, 전체 서울 증여건수(6718건)의 21.6%를 차지했다. 판교 및 분당신도시 등이 위치한 경기 성남 분당구도 증여가 많이 일어난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들어 10개월간 468건의 증여가 이뤄졌다. 서울의 강남3구 못지않은 증여 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팔지도 못하고, 갖고 있으면 세금은 더 늘어날 것이 뻔하다 보니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증여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파트 등 집합건물 증여는 지난 2023년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증여·취득세율 인상에다 보유세 부담이 낮춰지면서 증여 붐도 꺾였는데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증여 붐 더 자극하는 '10·15 대책'
증여 붐은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10·15 대책'이 증여 붐을 촉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앞서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 등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2년 실거주의무가 적용되는데 무상으로 이뤄진 증여 및 상속은 허가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 부담부 증여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매도해서 양도세를 내느니 차라리 증여하고 세금을 내는 편이 낫다"며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도 증여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증여 증가 이면에는 상속세 부담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허가제 제외 이점 등으로 증여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여 붐은 정책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호철 단국대 교수는 "증여가 늘어난 지역들을 보면 주택 가격이 급등한 곳으로, 토지거래허가제와 관련이 있는 곳"이라며 "부동산 정책의 부정적인 효과가 증여 확산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서 교수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하에서 증여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최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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