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노 겐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화미레스를 꾸준히 찾았다고 한다. 학창 시절엔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밴드 멤버들과 연습 후 ‘반성회’를 열기도 했다. 학교도 아니고 직장도 아닌, 화미레스는 그에게 소중한 ‘제3의 공간’이라고 한다. 특히 심야의 화미레스에는 사람을 무방비 상태로 만드는 묘한 해방감이 감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심야에 화미레스에서 나누는 대화가 가장 재미있지 않을까?” 그래서 종종 그곳에서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의 패밀리 레스토랑도 몇 번 가봤지만, 일본의 화미레스는 좀 더 일상적이고 가벼운 공간이다. 가격대가 낮고, 아이를 데리고 가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다. 게다가 화미레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드링크 바’가 있다. 300~500엔만 내면 커피, 홍차, 멜론 소다 같은 다양한 음료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일본 사람들은 식사뿐 아니라 대화, 공부, 회사 미팅 등 다양한 이유로 화미레스를 찾는다. 한국의 ‘카공족’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
호시노 겐은 화미레스에서 ‘다베루(駄弁る)’, 즉 수다 떠는 걸 좋아한다고 말한다. 이 단어는 단순히 대화를 넘어, 목적 없이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물론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는 식사하러 오는 사람도 많지만, 오후의 애매한 시간대나 심야의 화미레스는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고요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일본에 간다면, 새벽의 화미레스에 들러보길 추천한다. 커피 한 잔과 느긋한 대화가 어울리는, ‘심야 라디오’ 같은 풍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에노모토 야스타카·'나만의 일본 미식 여행 일본어’ 저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