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 |
대통령선거 공약, 123대 국정과제, APEC AI이니셔티브와 국회 시정연설 등에 이르기까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대통령은 일관성 있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AI 혁신의 선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확고한 국가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그 실행의 중심에 국가 차원의 전폭적 투자와 지원, AI 혁신, 공공-민간 협력생태계, 글로벌 연대와 협력이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거미줄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는 구체적인 실행력을 가진 각 기관이 국가 AI 전략에 맞춰 데이터 규제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정책적 각성을 촉구한 분명한 신호탄이었다.
세계는 AI 패권경쟁의 한복판에 있다. 미국, 중국 등 세계 각국은 각자의 가치와 산업환경에 맞는 AI 전략과 거버넌스를 구축 중이지만 결국 '실행역량'(execution capacity)이 AI 경쟁력을 좌우한다. 우리도 비전을 넘어 디테일에 강한 AI 정책 집행력을 보여줄 때다.
AI 혁신의 핵심은 데이터다. 하지만 여전히 법적 불확실성과 부처간 단절, 중복규제 속에 얽혀 있다. 기업이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다양한 기관의 해석과 절차를 거쳐야 하고 공공데이터는 관리 중심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데이터 혁신을 위한 본격적인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
데이터 혁신의 핵심에 개인정보 규제가 있다. AI 시대에 국민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안전망으로서 가치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개인정보 규제해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보호와 활용의 균형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데이터 신뢰의 허브이자 균형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현행법 테두리 내 구체적·개별적 상황에서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유연하고 책임 있는 법 해석과 집행을 안정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최근 발표한 가명정보 비조치 의견서 시범운영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AI 개발 및 AI 대전환(AX)의 각 영역에 따라 원본 개인정보의 활용이 불가피한 경우도 많다.
안전한 개인정보 처리를 허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나 원본활용을 위한 특례도입 입법 등도 적극 추진함으로써 신뢰 기반의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인프라와 연구·개발의 중심축으로서 국가 GPU 클러스터 구축, LLM(거대언어모델) 경쟁력 확보, AI 반도체·컴퓨팅 자원의 전략적 투자를 단기간에 집중해야 한다. 예산확보를 위한 국회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는 AI 학습데이터 활용과 저작권 보호의 균형점을 마련해야 하며 TDM(텍스트·데이터마이닝) 특례도입 등 제도정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AI·데이터 활용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한 인프라 지원과 클라우드 바우처 확대,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AI 특례도입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AI 혁신 및 AX를 촉진해야 한다. 산업통상부는 제조·에너지 등 버티컬산업의 AI 내재화 전략 실행에 주력해야 한다. 단기적 효과를 통해 AI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중장기적으로 AI 혁신이 지속되도록 데이터 규제의 근간이 되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데이터 관련 법제를 AI 시대에 맞게 전면적으로 정비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APEC 정상회의에서 '경주선언'을 이끌어낸 것처럼 글로벌 AI 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하거나 AI 신뢰성과 안전성, 포용적 AI 등을 위한 글로벌 스탠더드 정립 등을 적극 주도함으로써 국제연대의 장에서도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화려한 비전이 아니라 체감 가능한 세밀하고 실효적인 실행이다. 법제정비, 인프라 확충, 산업지원, 국제협력의 모든 단계에서 디테일이 성패를 가른다. 지금은 실행의 시간이다. 구체적 실천과 글로벌 연대만이 대한민국의 AI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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