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에 "타국과 미국 이익 해치는 협정 체결시 이 협정은 종료"
미국과 중국 국기 |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미국이 동남아 일부 국가와의 무역 협정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독소 조항을 삽입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미국이 말레이시아·캄보디아와 체결한 무역 협정에는 '미국의 핵심 이익이나 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경쟁 협정을 체결할 경우 해당 협정을 종료할 수 있다'는 문구가 담겼다.
상대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별개의 협정이 미국에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미국과의 협정은 종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항은 중국이 동남아 국가를 통해 미국 시장에 우회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삽입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항이 일반적인 무역협정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무역협정이 순수한 상업적인 내용에서 벗어나 상대국의 외교·경제 정책 방향을 관리하기 위한 도구로 변질했다는 것이다.
특히 말레이시아와의 협정에는 미국의 제재 및 기타 경제 제한 조치에 대한 협조를 요구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중국과 긴밀한 무역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에 대한 일종의 '충성도 테스트'로 보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같은 독소조항을 거부할만한 협상력이 없는 국가 입장에선 미국이나 중국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벨기에 소재 싱크탱크 콘퍼런스 보드의 마리아 데메르치스 경제전략센터장은 "다자주의에 또 하나의 못을 박는 행위"라고 평가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 조항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체결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도 유사한 문구가 담겼지만, 발동 조건이 명확하게 정의된 데 비해 동남아 국가와의 협정은 훨씬 포괄적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비판 때문에 미국과 협정을 체결한 말레이시아 내부에서도 주권 훼손 논란이 확산 중이다.
이에 대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미국이 결정을 강요할 권한은 없고, 단지 조치를 취하기 전 논의나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요구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 당시 말레이시아 및 캄보디아와 협정을 체결했다.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는 이번 협정으로 미국 수출에 대한 관세율이 최대 49%에서 19%로 낮아졌다.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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