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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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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트워크 역할, 연결에서 연산으로”…노키아가 연 AI-RAN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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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한효찬 노키아코리아 최고기술책임자(CTO)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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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이동통신 시장에도 격변이 예고됐다.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폐쇄형 네트워크가 개방형·소프트웨어 기반 구조로 전환되고 기지국과 그 주변부에서 직접 AI 처리를 수행하는 AI랜(AI-RAN) 개념이 빠르게 주목받으면서다.

    특히 최근 미국 최대 AI 칩 기업 엔비디아(NVIDIA)와 핀란드 통신장비사 노키아(Nokia)가 맺은 전략적 업무협약(MoU)은 그동안 표준 수준에 머물렀던 AI-RAN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첫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한효찬 노키아코리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AI 시대를 맞아 네트워크가 기존처럼 단순히 연결을 제공하는 역할만으로는 부족해졌다”며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네트워크 내부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AI 네이티브 네트워크’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신호”라고 말했다.

    ◆ 업링크 폭증 시대…“기존 RAN 구조론 대응 불가”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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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시대의 트래픽 구조는 향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노키아 벨연구소는 AI 서비스가 ‘다운링크(Downlink)’보다 약 1.4배 많은 ‘업링크(Uplink)’ 데이터를 발생시키며 AI 기반 애플리케이션은 업링크 트래픽을 최대 77%까지 증가시킬 것이라 전망했다.

    문제는 기존 무선접속망(RAN) 구조가 급증하는 업링크 트래픽에 최적화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무선망은 콘텐츠 소비(다운링크)를 중심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업링크에서 고도의 실시간 성능이 요구되는 증강현실(AR)·확장현실(XR)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더욱 빠르게 나타날 것이란 예상이다.

    AI-RAN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센터(DC)의 AI 처리 능력을 네트워크 말단(엣지)으로 분산했다. 사용자와 가까운 위치에서 AI 연산을 수행해 지연을 줄이고, 네트워크 중심부로 몰리는 트래픽을 분산함으로써 전체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러한 구조는 RAN의 구성 요소를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로 개방해 가능했다. 기존 RAN은 AI 서버와의 연동 자체가 불가했다. 폐쇄형 구조라 기지국에 서버가 붙어도 분석할 데이터 일체를 가져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 CTO는 “트래픽이 생성되는 지점과 AI 연산이 이뤄지는 데이터센터의 거리가 멀수록 지연과 비효율이 발생한다”며 “엣지에서 AI를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야 AI 시대의 서비스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노키아-엔비디아, 이동통신 세대 전환의 주도권 변화…“AI 기업이 네트워크 고도화 요구”

    노키아는 최근 엔비디아와 약 1조원 규모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AI-RAN 솔루션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엔비디아는 또 ‘GTC 워싱턴 D.C. 2025’에서 AI 네이티브 6G 스택 ‘엔비디아 아크(ARC)’를 공식 발표했다.

    ARC는 서버 기반 AI·RAN 통합 처리 플랫폼이다. 노키아 에어스케일 기지국과 연동해 AI 모델 추론과 RAN 기능을 동시에 실행한다. 오케스트레이터가 두 기능의 부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필요한 자원을 자동 배분하는 구조다.

    업계는 이 협력이 AI-RAN이 표준 논의를 넘어 상용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AI-RAN의 상품화가 본 궤도에 올라섰다는 의미다.

    한 CTO는 “엔비디아가 AI-RAN 솔루션의 기술 성숙도가 실서비스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발표를 통해 AI-RAN의 명확한 로드맵이 처음 제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짚었다.

    이번 협력은 기술적 성과뿐 아니라 이동통신 산업의 힘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해석된다. 그동안 세대 전환(3G→LTE→5G)은 이동통신사가 주도해왔다. 하지만 AI가 만들어내는 폭발적 트래픽을 감당해야 하는 주체는 이제 통신사가 아니라 AI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통신사들은 5G 투자 회수 문제로 인해 6G 준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투자 정체를 겪고 있다.

    한 CTO는 “약 10년 주기로 이동통신 사업자 주도 아래 진행돼 온 세대 전환의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AI가 만들어낸 폭발적 트래픽을 처리해야 하는 AI 기업들이 오히려 네트워크 고도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엔비디아와 노키아의 AI-RAN 협력도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 “엣지는 통신사의 새로운 수익 원천”…AI 연산 구조 변화

    한 CTO는 AI 시대에는 연산 구조가 ‘온디바이스–엣지–데이터센터’로 분산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각적 판단은 온디바이스, 더 높은 연산이 필요한 작업은 엣지, 장기적·고도 연산은 중앙 AI 데이터센터가 맡는 형태다.

    이 가운데 통신사가 엣지 단계에서 새로운 수익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그는 내다봤다. AI-RAN이 상용화되면 통신사도 단순히 ‘연결’을 제공하는 사업자를 넘어 AI 연산 자원을 상품화하는 인프라 사업자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기지국의 유휴 자원을 엣지 컴퓨팅 환경에 오프로딩(Off-loading)함으로써 고객과 가까운 곳에서 고성능 AI 처리를 수행할 수 있다.

    한 CTO는 “가장 많은 데이터가 생성되는 곳은 결국 네트워크”라며 “데이터가 AI의 연료가 되는 시대가 본격화되면, 네트워크라는 ‘통로’ 자체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초거대 AI의 프리 트레인드(Pre-trained) 학습에는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필수지만, 로봇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는 디바이스가 데이터센터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결정을 온디바이스에서 처리할 수도 없는 만큼, 이런 분산 구조는 로봇·자율주행차 등 ‘피지컬 AI’ 상용화의 핵심 인프라이며, 실시간성이 중요한 이 영역에서는 통신사 네트워크가 가장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 정부도 AI-RAN 전략 발표 예정…5G SA 전환은 필수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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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정부도 AI시대 도래와 함께 통신망이 지금과 다른 양상을 띌 것이라는 전제로 이달 중순 AI-RAN 전략 발표를 준비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2028년 시범 구축, 2030년 전국 확산을 목표로 제시했으며 이미 서울역·김포공항 일대에 실증망을 구축 중이다.

    다만 국내는 KT를 제외한 대부분의 이통사가 비단독모드(NSA)로 5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단독모드(SA) 전환이 AI-RAN 구현의 선결 조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NSA는 LTE 코어에 의존하기 때문에 지연·신뢰성을 좌우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 5G 코어 네이티브 기능을 온전히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5G SA 기반 상품이 확산 중이다. 태국의 ‘5G 부스트 모드’, 미국 T모바일의 ‘T-Priority’가 대표적이다. 특히 T모바일은 미국 내 유일하게 전국 SA 상용망을 바탕으로 AI 기업·공공안전 조직 대상 맞춤형 슬라이싱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시장 수요도 확인됐다. T모바일은 로스앤젤레스(LA) 화재 지역 일대 소방관 350명을 대상으로 T-프라이오리티(Priority)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이후 타 공공기관에서도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CTO는 “AI로 인해 폭증하는 트래픽을 현재의 전력·인프라 효율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전력 효율을 끌어올리고 투자 대비 성과(TCO)를 개선하려면 SA로의 체질 개선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정책 과제도 남아 있다. 그는 “통신사가 5G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려면 주파수 정책의 유연성과 데이터 활용 규제의 전향적 정비가 필요하다”며 “기지국·엣지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 혁신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노키아, 통신사와 함께 AI 인프라의 시대 열 것”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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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말미 그는 AI-RAN 전환기에서 노키아가 맡게 될 역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한 CTO는 “노키아는 유무선을 아우르는 엔드투엔드 네트워크 기업으로 특히 데이터센터 인프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며 “AI 시대에는 데이터 이동량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확대되기 때문에 방대한 데이터가 오가는 구간에서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트래픽을 처리하느냐가 곧 네트워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키아는 이미 글로벌 데이터센터 간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트래픽을 처리하는 솔루션을 제공해 왔고, 이러한 역량은 통신사가 AI 기반 인프라 사업자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며 “통신사가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기술·운영·비용 효율(TCO) 측면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는 서비스가 먼저 등장하고 그에 맞춰 네트워크 요구가 뒤따르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노키아는 통신사와 함께 AI 시대의 인프라 생태계를 구축하고 AI-RAN 기반의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파트너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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