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항소 필요' 입장이었다 법무부와 논의 과정서 선회
배임죄 폐지 추진·항소 관행 李대통령 비판도 영향준 듯
정치적 후폭풍 불가피…한동훈 "8일 0시 검찰 자살" 비판
검찰개혁에 쏠리는 관심 |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권희원 이밝음 기자 =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씨를 비롯한 민간업자들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 시한인 7일 자정까지 항소장을 내지 않았다.
형사 사건은 판결에 불복할 경우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에 항소해야 한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형량을 높일 수 없다.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등 피고인 5명은 모두 항소한 상태다.
1심은 유 전 본부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4억원, 추징 8억1천만원을 선고했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씨는 징역 8년과 428억원 추징이 내려졌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징역 4년,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공사 전략사업실에서 투자사업팀장으로 일한 정민용 변호사는 징역 6년 및 벌금 38억원, 추징금 37억2천2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공사 측 인물인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에게는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
다만 손해액을 정확하게 산정할 수 없다며 검찰이 기소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죄가 아닌 업무상 배임죄로 양형을 정했다.
특경법상 배임죄는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징역, 이득액이 50억 이상인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등은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화천대유에 유리하도록 공모 지침서를 작성하고,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도록 해 7천886억원의 부당이득을 얻고, 공사에 4천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2021년 10월부터 순차 기소됐다.
발언하는 정성호 장관 |
검찰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에서 선고 형량이 구형량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항소를 포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중앙지검은 항소 포기와 관련해 별도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당초 검찰은 항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법무부는 이미 검찰 구형량의 절반 이상인 중형이 선고됐고, 법리 적용에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막판까지 논의를 이어간 끝에 법무부 의견대로 항소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한 관계자는 "법무부 차원에서 항소 포기 지침을 내리진 않았고 '이게 맞냐'는 의견은 냈다"며 "검찰만능주의, 검찰제일주의에서 벗어나 국민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데에는 당정이 추진하는 배임죄 폐지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기업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이유로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대장동 비리 1심 재판부도 선고 당시 "현재 배임죄는 완전 폐지 시 부작용이 예상돼 처벌이 가능한 영역에 대한 대체 입법을 추진 중이고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보도를 접했다"면서 "장래 적용에 대해서 논의가 진행 중인 것 같고, 무엇보다 배임죄가 현존하는 한 (피고인들을) 구속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최근 이 대통령이 그간 검찰의 무분별한 항고 관행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검사들이 (죄가) 되지도 않는 것을 기소하거나, 무죄가 나와도 책임을 면하려고 항소·상고해서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정 장관은 "제도적으로 규정을 다 바꾸려고 한다"고 답했는데 이후 법무부는 관행적인 상소를 자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국가배상 소송 등에 대한 상소를 포기해 왔다.
하지만 이 사건은 현재 심리가 중단된 이 대통령의 대장동 비리 관련 재판과도 연관돼 있어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야권에선 정부와 검찰을 향한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검찰 수뇌부가 당연한 항소를 막거나 방해하면 반드시 직권남용, 직무유기죄로 처벌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후 검찰이 자정까지 항소를 제기하지 않자 "11월 8일 0시 대한민국 검찰은 자살했다"고 비판했다.
brigh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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