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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연금과 보험

    1000번 넘게 응급실 간 50대…보험사기일까 아닐까 [어쩌다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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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급실 내원비 특약 ‘비응급 환자’도 보장
    경찰, ‘혐의 없음’ 결정해 불송치
    “통증 없다고 단정할 수 없어”
    보험사 “응급실 방문 과해…보험사기 의도”


    매일경제

    [사진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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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보험사기행위’를 보험금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보험사를 속이는 ‘기망행위’로 규정합니다. 특히 ‘응급실 내원비’ 특약은 보험사와 가입자 간 분쟁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죠. 병원 진료가 끝난 저녁 시간, 경미한 증상으로 응급실을 방문해 보험금을 타가는 행위는 분명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계가 모호할 때도 있습니다. 가입자는 ‘아파서 갔다’고 하고, 보험사는 ‘그 정도로 갈 필요 없었다’고 맞섭니다. 아파서 간 ‘환자’인가, 돈을 노리고 간 ‘사기꾼’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 수준입니다. 수사기관은 무엇을 근거로 이 둘을 구분할까요.

    A화재보험은 50대 고객 B씨를 경찰에 처벌해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B씨가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음에도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상습적으로 응급실을 이용했다는 이유였습니다.

    보험사 주장을 들어보면 응급실 방문이 다소 과해보이긴 합니다. B씨는 최근 약 6년 동안 1000번도 넘게 응급실을 방문했습니다. 거의 매일 응급실을 찾은 달도 있었죠. 이렇게 B씨가 받아 간 보험금은 5000만원이 넘습니다.

    보험사는 B씨가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는 자영업자임에도, 주로 병원 외래 진료가 끝나는 평일 오후 6시에서 11시 사이 응급실을 찾았고, 또 응급실 기록지를 보니 감기 몸살, 기침, 두통, 근육통, 변비 등 응급을 요하지 않는 경증 질환이 대부분인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B씨가 사기 의도를 가지고 보험금을 편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B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B씨 주장은 보험사의 주장과 정반대였습니다. B씨는 자신이 섬유근통, 호흡곤란, 치매, 골다공증 등 여러 중증 질환을 앓고 있고, 주로 새벽에 호흡곤란 및 섬유근통 증상이 심해져 응급실에 내원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응급실 사용을 하면서 병원기록에 기재된 감기나 변비 같은 병명은, 극심한 근육통과 호흡곤란이 주된 원인일 때 추가적으로 진료받은 것뿐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B씨가 주장한 섬유근통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섬유근통이란 일반적으로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통증을 만성통증이라고 하는데 만성통증은 침범 부위에 따라 만성 국소 통증과 만성 전신 통증으로 나뉘게 됩니다. 섬유근통은 만성 전신 통증으로 허리를 중심으로 신체의 상하, 좌우 부위에 통증이 있고 특정 부위를 눌렀을 때 통증을 호소하는 압통점이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의 조사에 의하면 전체 인구의 20-25%가 만성 국소 통증을 가지고 있고 10-11%는 만성 전신 통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만성 통증 환자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유전적 소인이나 특정 환경 인자에 노출됐을 때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수사기관은 B씨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B씨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경찰은 이같은 결정의 근거로 보험약관의 내용을 들었는데요. B씨가 가입한 보험 상품을 분석한 결과 응급환자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도 상해 또는 질병으로 응급실에 내원해 진료를 받으면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비응급’ 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하는 것 자체를 보장하고 있던 셈이죠.

    결과적으로 보험사기가 성립하려면 B씨가 경증 질환으로 응급실을 ‘이용’한 것이 적정했는지를 따질 게 아니라, 그가 ‘실제 증상이 없거나 진료 자체가 필요하지 않았음에도’ 응급실에 내원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했습니다.

    경찰은 B씨의 응급실 진료기록지를 모두 검토한 결과 “아무런 증상이나 통증 없이 응급실 내원해 진료를 받았다고 볼만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게다가 B씨는 자신이 보험사기로 경찰에 사건이 접수된 사실을 인지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병원 응급실을 내원해 진료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이런 점 등을 감안해 B씨가 보험금 청구 목적으로 아무런 증상이나 통증 없이 응급실에 내원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는 “응급실 내원비 특약은 보통 ‘비응급 환자’의 응급실 이용까지 보장하고 있다”면서도 “일반 외래로 병원을 갈 수 있는 상황에서 응급실을 과도하게 방문한 경우 보험사기로 오해받아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을 수도 있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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