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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음주운전도 모자라 여성과 '딴짓'"...22살 숨졌는데 처벌은 [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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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7년 전 오늘, 부산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BMW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던 윤창호 씨가 숨졌다.

    이데일리

    부산 해운대에서 만취한 운전자 박모(오른쪽) 씨가 몰던 차량에 치인 윤창호 씨가 지난 2018년 10월 8일 병원 중환자실에서 누워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검사를 꿈꾸던 22살 윤 씨는 전역을 넉 달 남기고 휴가를 나와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던 중 변을 당했다.

    “온몸이 다 떨어져 나가는 듯하다”는 윤 씨 부모는 재판 과정에서 음주운전범 박모(2018년 사고 당시 26세) 씨의 어이없는 태도에 분노했다.

    박 씨는 이듬해 최후진술에서 “잘못했다”고 말했으나 윤 씨 유족과 친구들은 ‘거짓 사과’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재판에서 ‘건강해지면 보험금을 받아 쇼핑을 가자’, ‘(나를 비난하는 사람) 신상 자료를 모아 나중에 조용해지면 보복을 하겠다’는 등 박 씨가 사고 이후 반성하지 않는 모습이 담긴 정황 증거가 나왔기 때문이다.

    박 씨가 사고 순간 동승자인 여성과 ‘딴짓’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박 씨가) 운전을 하다가 사고 직전 동승자 가슴 쪽으로 손을 뻗어 부적절한 행동을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 씨 변호인은 “모종의 성적인 행위가 직접적인 사고 원인”이라며 “블랙박스 영상을 보더라도 운전자가 술에 취한 것은 맞지만 정상적으로 운전하는 장면이 나오는 만큼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대신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을 적용해 달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보드카와 칵테일을 마신 운전자가 만취 상태에서 500m를 이동하면서 중앙선을 침범하고 급격하게 좌회전하는 등 운전 조작능력과 정보처리 능력을 상실해 발생한 사고”라며 “특가법상 위험 운전 치사를 적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윤 씨의 아버지는 “(박 씨가) 특가법이 아니라 교특법을 적용해 감형받으려는 것 같은데 사필귀정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박 씨에게 선고된 형량은 6년이었다. 박 씨는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다.

    검찰 구형량인 10년에는 못 미치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 형량(징역 6년)이 위험 운전 치상죄(징역 4년 6개월)와 위험 운전 치사·치상죄(징역 6년 4개월)의 양형 기준 권고 범위 사이에 있고 음주운전 양형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을 경청하되 기존 양형 기준의 규범력을 무시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윤 씨 사망 사고는 그의 친구들의 노력으로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 제정으로 이어졌지만, 정작 박 씨에겐 적용되지 않았다.

    2018년 12월부터 시행된 이른바 ‘윤창호법’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으로 ‘징역 1년 이상’이었던 음주운전 사망 사고는 최소 ‘3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이와 함께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면허정지 0.03% 이상(기존 0.05% 이상), 면허취소 0.08% 이상(기존 0.1%)으로 강화한 ‘제2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2019년 6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법이 바뀐 지 7년이 지났지만 음주운전은 ‘국제적 망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한국에 관광을 왔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일본 여성의 유족은 SNS에 “한국에선 일본과 달리 이런 일을 엄벌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일본 언론에서도 이 사고를 보도하면서 한국의 연간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일본의 6배에 달한다며 미온적인 처벌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최근 휴가 나온 군인 아들을 데리러 가던 60대 어머니를 숨지게 한 음주운전 피의자는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도망가다 배달 기사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도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일본에선 2006년 음주운전으로 삼남매를 숨지게 한 공무원에 징역 20년이 선고됐고, 2015년 일가족 4명을 숨지게 한 만취 운전자에게는 징역 23년이 선고됐다.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에 대한 법정 최고형은 징역 30년까지 처벌받을 수 있는 일본보다 한국이 더 높지만 실제 적용은 달랐다.

    대법원 양형 기준이 징역 4~8년 사이를 권고하다 보니 음주운전 사고로 징역 10년형 이상을 선고하는 건 드물다는 지적이 나온다.

    음주운전 하면 패가망신한다고 여길 정도로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데,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은 국민 법감정에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윤 씨 아버지는 ‘제2 윤창호법’ 시행을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요즘은 100세 시대인데, (아들이 사망한 나이가) 22살이면 자기 삶의 5분의 1도 채 살지 못하고 떠나게 된 거다. 그런데 (박 씨는) 6년 형량도 많다고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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