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 뼘 개방·10대 자녀 스스로 못 제거 가능" 무죄 선고
나사못 |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자녀가 겨울에 창문을 열어놓는다는 이유로 창문을 열지 못하게 창틀에 못을 박는다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할까.
법원은 창문을 완전히 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점과 10대 중반인 자녀의 나이나 교육 수준을 고려하면 얼마든지 제거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학대 행위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계부 A(51)씨는 자녀 B(17)군이 겨울에 창문을 열어 놓는다는 이유로 창틀에 못을 박아 창문을 열지 못하도록 강제했다.
수사기관은 A씨의 행동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2심 재판부는 A씨가 박은 못으로 인해 창문을 열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니고, 최소한의 환기나 통풍은 가능할 만큼 창문을 여는 것이 가능했던 점을 무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모친 C씨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B군이 추운 겨울에 창문을 열어놓은 채로 자는 일이 종종 있었고, 한 뼘 미만이긴 하나 창문이 열렸다는 점과 A씨와 B군이 서로 합의하고 나사못을 박은 것으로 보이는 사정도 무죄 판단 근거가 됐다.
춘천지법 |
또 B군의 나이나 교육 수준을 고려하면 필요한 경우 얼마든지 드라이버를 이용해 나사못을 쉽게 제거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까지 고려하면 못을 박은 행위를 학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못 박은 행위 외에 B군이 늦잠을 잔다는 이유로 B군이 사용하는 컴퓨터 모니터를 바닥에 집어 던진 행위에 대해서도 B군과 모친 C씨의 진술은 일관되지 않고 일치하지 않아 신뢰하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A씨가 아들 D(10)군 앞에서 아내 C씨와 말다툼하며 욕설을 해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는 유죄로 보고 벌금 30만원의 선고유예를 내렸다.
항소심을 맡은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고,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반영할 만한 새로운 정상이나 형을 변경해야 할 정도로 특별한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다"며 검찰이 낸 항소를 기각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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