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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검찰과 법무부

    수사팀 반발·중앙지검장 사의…초유의 항소 포기에 검찰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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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수사한 대형 정치사건서
    검찰 항소 안한건 극히 이례적
    수사·공판 담당한 검사들 반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사의

    檢총장대행 “법무부 의견 참고
    중앙지검장과 협의, 결론내려”
    서울중앙지검장 “의견 달랐다”
    검찰 수뇌부 엇갈린 해명 내놔
    수사지휘권 행사 여부도 논란


    매일경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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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7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에 대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면서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 사건 수사와 공판을 담당한 검사들이 항소 의견을 고수했지만, 검찰 수뇌부가 항소 시한이 임박했던 7일 밤 돌연 ‘항소 금지’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당시 검사들은 “법무부 장차관이 (항소를) 반대해 중앙지검 수뇌부가 설득 중이라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을 뿐 항소 금지에 대한 어떠한 적법·타당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항소 포기에 개입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은 “통상의 사건처럼 법무부 의견을 참고한 후 저의 책임하에 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정진우 중앙지검장은 “중앙지검 입장은 달랐다”면서 “책임을 지겠다”며 8일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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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하면서 검찰 내 ‘격랑’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검찰총장 대행이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파장이 확산되는 형국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야당은 ‘정권 차원의 사법 개입’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여당은 “법률과 기준에 따른 판단”이라며 방어에 나서는 등 정치권에서도 난타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지난달 31일 대장동 민간업자인 유동규 씨, 김만배 씨 등 5명에 대해 징역 8년 등 유죄를 선고했다. 민간업자들은 전원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했지만, 검찰은 항소 시한인 7일 자정에 임박해 항소를 안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피고인들이 항소장을 제출해 2심 재판은 열리지만,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만큼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 중 피고인에게 불리했던 부분에 대해서만 판단할 수 있게 됐다.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결은 할 수 없다는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 때문이다. 무죄 판단을 받은 유씨와 김씨의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상 무죄가 확정된 셈이다.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들은 곧바로 검찰 수뇌부를 향해 ‘항소 포기 경위’를 설명하라고 반발했다. 대장동 사건을 수사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지난 8일 새벽 검찰 내부망에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한 경위를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강 검사는 “사건 담당 수사·공판팀은 회의를 통해 항소를 제기하기로 의견을 취합했고 중앙지검장으로부터 항소 제기를 결재받기도 했는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항소장 접수가 미뤄졌다”고 했다. 또 대검 등에 상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검 내부적으로 항소할 사안으로 판단했으나 법무부 장차관이 반대했고, 중앙지검 수뇌부가 대검을 설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강 검사는 “중앙지검과 대검 수뇌부가 판단을 번복하게 된 경위에 대해 국민과 검찰 구성원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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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노 권한대행은 9일 검찰 구성원들에게 “대장동 사건은 일선 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 의견도 참고한 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는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을 냈다. 법무부 의견은 참고만 했을 뿐 결정은 자신과 중앙지검장의 ‘협의’를 통한 결과라는 취지다.

    노 권한대행이 입장을 발표하자 곧이어 정 지검장도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입장을 냈다. 그는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면서 “대검의 지시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을 책임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했다. ‘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통한 결과였다’는 노 권한대행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 사건 담당 검사들의 해명 요구에도 검찰 수뇌부가 구체적인 설명 없이 서로 다른 입장만 내놓자 검사들의 불만은 거세지고 있다. 현직 검사는 “노 권한대행의 입장은 이 사건 담당자인 강 검사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인데도 구체적인 설명 없이 중앙지검장에게 탓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핵심 쟁점인 법무부와의 소통 내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고 그동안 검찰의 항소 기준 및 사건 처리 사례들을 살펴보더라도 극히 이례적인 항소 포기인데 그 사유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현직 검사도 “이재명을 지키기 위해 대장동 일당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고 1심에서 무죄가 나온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은 상급심 판단 길이 막혀 사실상 검찰이 주장한 수천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환수할 길이 막힌 셈”이라면서 “이런 막대한 피해에 대해 검찰 수뇌부도 상세하게 설명해야 하고 법무부 수뇌부가 개입했다면 이는 명백한 직권남용이므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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