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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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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토야마 전 총리, "한일 화해·협력으로 미래 개척"(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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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용호의 시대동행]과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진정한 용기…상호신뢰 토대 위에 위기 공동대응

    [편집자주] '백용호의 시대동행'은 공정거래위원장·국세청장·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고 현 이화여대 명예교수인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 이사장)이 정치·경제·사회 및 국제적인 리더를 만나 시대의 과제를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는 코너다. 이번 대담자는 '일본의 케네디 가문'으로 불리는 하토야마 가문의 4세대 정치인으로 제93대 총리를 지낸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다. 일제강점기 침탈의 역사에 대한 반성을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공존을 주장하는 일본 내 깨어있는 정치인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와 한일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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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 이사장, 왼쪽)이 지난 5일 일본 도쿄도 치요다구 나가타초 주젠빌딩 사무실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총리와 대담하고 있다./사진=(도쿄) 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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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 이사장)이 지난 5일 '시대동행' 대담을 위해 일본 도쿄도 치요다구 나가타초에 위치한 주젠빌딩의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총리의 사무실을 찾았다. 백 상임고문이 하토야마 전 총리를 찾은 것은 그동안 그가 보여준 식민지배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화해의 행보 때문이었다. 또 새로 들어선 일본 다카이치 정부와의 건설적인 한일관계를 위한 방안을 공유하고, 양국간 과학기술과 문화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서대문 형무소에서 꿇은 무릎은 '용기' 아닌 '신념'…무한책임은 당연한 일

    -백용호 상임고문(이하 백 고문) : 과거를 부정하기보다는 반성하고 성찰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생각한다. 2015년 서대문 형무소를 사죄 방문하였고, 그 이후에도 국내를 방문해 "피해자가 그만해도 된다고 할 때까지 가해자는 사죄해야 한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모든 문제가 풀린 건 아니다"라고 한 발언을 기억한다. 이는 폴란드를 방문해 무릎 꿇고 과거를 반성한 독일 빌리 브란트 수상의 용기를 연상시켰다.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이하 하토야마 전 총리) : 용기라기보다는 신념에 따른 행동이다. 일본의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 과오를 볼 때 양심이 있다면 피해자가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무한 책임'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저를 '매국노'라 비판하는 일부 우익 세력이 오히려 마음이 좁은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백 고문 : 총리의 신념은 '진정한 용기'다. 또 위안부 문제 같은 과거사 해결의 중요한 해법이다. 총리가 말한 그런 신념이 경제력·군사력 같은 '하드파워'가 아닌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 교수가 말한 신뢰와 가치에 기반한 '소프트파워'로서 일본의 국격을 높이는 길이라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새로 출범한 다카이치 내각이나 후배 정치인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나.

    ▶하토야마 전 총리 : APEC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 리더는 정치가일 때와 생각이 같을 수 없다'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 의미를 제대로 인식한다면 한일 관계가 좋아질 것이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가 총리 재임 전 가졌던 위안부와 징용공, 한일협정에 대한 역사인식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가 우려된다. 그 입장을 반복하면 한국민과 갈등을 빚어 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다카이치 총리가 '1965년 한일협정으로 모든 게 해결됐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피해자 개개인의 마음을 다독이는 이해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과거의 안 좋았던 양국 관계가 반복될까 걱정된다.

    -백 고문 : 총리의 우려가 기우이길 바란다. APEC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걱정이 모두 사라졌다'고 했지만 그 이면에 여전한 우려가 담겼다고 본다. 다카이치 총리의 과거 이해하기 힘든 행보와 보수 성향에 대한 한국 내 우려가 불식되고, 한일 관계가 원만히 풀리길 바란다. 다카이치 신임 내각 하에서 동북아 정세, 특히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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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일본 도쿄도 치요다구 나가타초 주젠빌딩 사무실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총리가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 이사장)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도쿄) 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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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권 아닌 평화 위해 동아시아 공동체 비전 실현해야

    ▶하토야마 전 총리 : 말씀대로 다카이치 총리가 상당 부분 우익에 편중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그와 반대로 왼쪽에 편중된 입장이라고 본다. 이 대통령이 한일 회담에서 '걱정이 사라졌다'고 말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 전까지는 상대를 신용할 수 없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말씀하신 것처럼 그 말 이면에 숨겨진 우려가 있다는 해석에 나도 동의한다.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 국회에서 밝힌 일·중관계 구상은 매우 모순된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을 만들자면서 실제로는 동북아의 중심인 중국을 배제하려는 입장이다. 이는 아베 총리 때부터 이어진 '중국 포위망' 구축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심지어 한일 협력조차 중국을 포위하고 견제하기 위한 발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백 고문 : 총리가 지적한 '모순'에 공감하고 현 세계 질서는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다. 과거 총리 재임 시절 한일 관계가 좋았던 것은 전향적 과거사 인식과 더불어 역내 화합을 위한 '동아시아 공동체'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라 본다. 이는 패권이 아닌 평화를 위한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세계 질서는 모순을 넘어 '위험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많다. 얼마 전 발표된 카네기국제재단의 보고서를 보니 특히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의 민주주의와 세계 시장경제를 훼손하는 중요한 위협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있다. 총리는 앞으로 세계 질서가 좋은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는가, 아니면 '모순 그 자체'로 가고 있다고 보나.

    ▶하토야마 전 총리 : 좋은 방향으로 가길 바라지만 세계가 점점 더 분열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미중 패권 경쟁이다. 이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받으며 분열되고 있다. 대부분은 양쪽 모두와 좋은 관계를 원하지만 이것이 허용될지 모르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과 상관없이 오직 미국 경제 이익을 위해 관세 전쟁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러한 미중 경쟁과 세계의 분열은 트럼프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분열의 시대이기에 아시아만이라도 서로 협력하자는 취지로 '동아시아 공동체' 재단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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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군의 셰프 재미있게 봤다"…외교관보다 문화인이 더 큰 역할

    -백 고문 :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유행인데 총리가 말한 '동아시아 공동체' 정신이 이어지길 바란다. 주제를 바꿔 한일 관계는 '과거 역사는 직시하되 미래로 가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문화·과학기술 협력 확대가 중요하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문화 전면 개방 당시 우려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일본 문화 유입뿐 아니라 한국 문화도 일본에 확산되는 '쌍방향 교류'가 됐다. 이러한 문화 교류가 특히 젊은 세대의 간극을 줄이고 갈등 해소의 출발점이 된다고 본다. 총리 부인도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는데 관계 개선을 위해 문화 교류를 확대할 구체적 조치가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하토야마 전 총리 : 제 아내뿐 아니라 저도 지인의 추천으로 최근 넷플릭스에서 '폭군의 셰프'라는 한국 드라마를 봤다. 역시 한국 드라마는 재미있고 대단하고도 느꼈다. 문화는 스포츠처럼 양국 국민을 조건 없이 사이좋게 만드는 큰 힘을 가졌다. 저의 조부도 70~80년 전 쓰신 책에 '외교관보다 스포츠 선수나 문화인이 더 큰 역할을 한다'고 했는데 요즘 절실히 느낀다. 특히 한국 정부가 K-컬처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기 위해 힘쓰는 정책은 매우 좋은 방식이며 일본도 배워야 한다고 본다. 메이저리거 오타니 선수가 야구를 통해 미·일 관계에 기여하듯 일본과 한국이 각자 정부 차원에서 자국 문화를 세계에 확산시키면 양국은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백 고문 : '문화의 힘'에 공감한다. 최근 K컬처가 국가 위상을 높이고 제조업 수출까지 돕는 것처럼 과거 19세기 '자포니즘(Japonisme)'이 일본의 이미지를 '문화적으로 성숙한 국가'로 격상시킨 바 있다. 그래서 양국이 단순 교류를 넘어 '문화 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한국의 기획력·창조력과 일본의 세밀함 같은 강점을 결합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 스튜디오인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과 한국계 캐나다 감독이 협업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애니메이션이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단순한 문화교류를 뛰어넘은 '문화 융합'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양국의 이익과 위상을 함께 높이는 힘이 될 것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 : 말씀에 완전히 동감하고 특히 한국이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데 공감한다. 제조업을 예로 들면 일본은 반도체용 미세 기술처럼 세심하고 세세한 부분에 강점이 있고 한국은 이를 통합해 훌륭한 완성품을 만드는 '전체를 보는 눈'이 뛰어나다. 이는 제조업뿐 아니라 문화에도 해당된다. 양국이 이렇게 서로 잘하는 부분을 보완하며 협력해 나간다면 문화와 경제 등 여러 부문에서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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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 이사장, 왼쪽)이 지난 5일 일본 도쿄도 치요다구 나가타초 주젠빌딩 사무실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총리와 대담하고 있다./사진=(도쿄) 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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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기술 협력은 제로섬 게임 아닌 시너지 창출

    -백 고문 : 총리가 문화, 과학기술, 제조업 분야의 협력이 상생의 길이 될 수 있다고 한 지적은 매우 중요하다. 과거에는 영토나 자원처럼 한정된 국부가 원천이었기에 이웃 국가 간 갈등과 마찰이 많았다. 하지만 21세기에는 과학기술·지식·창의력이 국부의 원천이다. 이러한 분야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협력할 경우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따라서 한일 관계도 과거 갈등의 패러다임에서 협력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수 있다. 특히 총리의 말처럼 한국의 응용력·혁신 능력과 일본의 기초과학·정밀함을 결합한다면 굉장한 시너지가 날 것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 : 맞다. 과거에는 '일·한·중 분업'이라는 발상도 있었다. 예를 들어 일본이 기초 기술을 담당하고 한국이 중간 부품을, 중국이 최종 조립을 맡는 식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일본이 정밀함이나 세세한 부품(소재)에서는 상당히 앞서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조립해 완성품으로 만드는 것은 일본이 한국에 추월당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양국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협력한다면 상호 윈윈하는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백 고문 :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번에 일본이 31번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 특히 물리·화학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 많은 수상을 한 점이 부럽다. 도쿄대·교토대·나고야대 등 명문 국립대 연구소에서 수상자가 많이 배출된 것이 특이한데 그 비결이 무엇인가. 우리는 일본이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 과제'에 주안점을 두고 '연구자의 독창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실제 대학교육 체계나 사회문화적 풍토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묻고 싶다.

    ▶하토야마 전 총리 : 물리학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아 일본인으로서 매우 기쁘다. 하지만 지금의 수상은 최근 연구가 아닌 10~20년 전 과거의 연구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그 때만 해도 국립대는 장기적인 시야로 나름 윤택한 자금과 시간을 들여 연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대학이 '법인화'되면서 시스템이 바뀌었다. 대학은 스스로 자금을 모으기 어려워졌고 정부도 매년 1~5% 연구비를 삭감하고 있다. 또한 과거의 장기 연구 대신 5년 정도의 '단기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로 인해 우수한 논문 수가 줄어 1위 중국과 2위 미국에 밀려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지금은 과거 성과로 인정을 받지만 앞으로도 일본이 계속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걱정된다. 일본 정부가 과거 국립대의 장점을 살려 충분한 연구 환경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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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 이사장, 왼쪽)이 지난 5일 일본 도쿄도 치요다구 나가타초 주젠빌딩 사무실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총리와 만나 대담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도쿄) 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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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감소 최대 고민, 한일 양국이 상호 장점 배워야

    -백 고문 : 일본과 달리 대한민국은 또 다른 미래 걱정이 있다. 우수한 학생들이 공대나 과학기술 분야보다 의대로 쏠리는 현상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미래가 과학기술에 달려있기에 과학을 중시하는 정책을 펴도 의대 선호 현상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된다는 지적이 많다. 혹시 이러한 한국의 상황에 대해 해줄 말이 있는가?

    ▶하토야마 전 총리 : 일본은 현재 의사가 부족하다. 의사는 사람 목숨을 살리는 좋은 일인데 한국의 의대 선호 현상에 대해 과학기술 쪽으로 가라고 말할 용기는 없다. 다만 중국 칭화대학 방문 시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 칭화대는 큰 강당에 전 학생에게 컴퓨터 1대씩과 연간 100만 엔(약 1000만 원)을 지원하며 공부와 창업을 병행하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대학 측은 이 지원을 통해 단 한 명의 뛰어난 기업가라도 배출된다면 성공으로 본다고 했다. 일본에도 없는 이런 시스템이 한국에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백 고문 : 총리 재임 기간 중 정책인 동아시아 공동체나 감세 등을 기억하지만 특히 '유아수당'을 크게 확대한 것이 인상 깊었다. 일본의 저출산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총출산율 0.75명으로 '인구 소멸 위기'이다. 일본은 (약 1.2명) 한국보다 낫지만 저출산·고령화는 양국이 처한 '공동 과제'이다. 이 문제에 대해 양국이 협조해 공동 대응 프로그램을 만들고 정책을 펴 나간다면 문화나 과학기술 협력 못지않게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본다.

    ▶하토야마 전 총리 : 일본도 최대 문제는 인구 감소이다. 예전처럼 '많이 낳으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 총리 재직 시절 '유아수당'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정책을 시작했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양육비 부담으로 생계를 꾸리기 어렵다는 가정이 많아 정부 보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야당 반대로 충분하진 못했지만 수당 덕분에 아이를 키울 수 있었다는 감사 인사도 받았다.

    이 수당은 저출산 대책뿐 아니라 어릴 때 꿈인 수학여행을 못가거나 도시락을 싸오는 게 어려운 빈곤 가정 아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정책으로 출산율이 오르진 않았다. 이는 자금 지원만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예컨대 남편의 육아 참여가 중요하다. 내 생각엔 일본보다 한국의 젊은 아빠들이 육아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을 양국이 서로 배우고 협력한다면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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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총리 지난 5일 일본 도쿄도 치요다구 나가타초 주젠빌딩 사무실에서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 이사장)과의 대담에서 답변하고 있다./사진=(도쿄) 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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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난대응체계 공동 매뉴얼 만들자…한일 청년 협력의 시대 희망

    -백 고문 : 저출산 문제와 더불어 양국이 지리적으로 인접하기에 '기후 변화에 따른 재난 대응체계' 역시 공동으로 협력해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예를 들어 재난을 함께 예측하거나 양국의 대응 매뉴얼을 비교해 더 효과적인 안을 만들 수 있다. 이런 협력은 한일 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공동의 과제에 대응하는 좋은 국제 협력 사례가 될 것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 : 기후변화 관련 '공동 매뉴얼' 제안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한국과 일본은 이웃이기에 동시에 같은 재난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재난을 사전에 감지해 정보를 공유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면 양국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는 이런 상호 협력 시스템이 충분히 구축되어 있지 않아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로 재해 확률이 매년 늘고 있기 때문에 빨리 서로 도울 수 있는 체계를 갖췄으면 좋겠다.

    -백 고문 : 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사상가이자 일본 정치인의 선배로서 앞으로 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또 한일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진전되어야 하는지,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해달라.

    ▶하토야마 전 총리 : 세계가 분열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그런 가운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많이 생각하고 있다. 현재 일본과 미국이 동맹이고 한국과 미국도 동맹이다. 그러다 보니 한·미·일 세 나라가 동맹을 맺어 중국과 대치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이런 구도로 가기보다는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미·중 간의 경쟁이 생기거나 갈등 관계가 되었을 때 더 나빠지기 전에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 그 중간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것이 지금 시대에 가장 요구되는 자세가 아닌가 싶다.

    아쉽게도 지금 일본 정부는 미국에 대한 의존이 매우 강한 상황이다. 나는 그것보다는 좀 더 '자립한' 일본으로서 움직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과 일본이 원만하게 협력해 미·중 간의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다. 과거 일본이 식민지 시대에 한국에 저지른 수많은 과오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고, 일본은 그러한 과거를 계속 직시해야만 한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한국 국민들도 일본과 같은 관점을 공유했으면 한다. 양국이 서로 알게 될 때 일본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비로소 협력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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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정리)=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정리)=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도쿄/대담)=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 겸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 이사장 대담)=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 겸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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