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6 (토)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에너지, 관세 갈팡질팡 하는 사이 中만 웃는 전기차 시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 에너지 정책 바뀌면서 전기차 시장 움츠러들어

    EU도 강력한 규제에 자국 업체 고전하는 사이

    국가 지원 등에 업은 中만 전기차 고속성장

    헤럴드경제

    야외에 있는 충전소에서 전기자동차를 충전하고 있는 모습. [123RF]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바꾸며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고, EU는 규제를 고집하고 관세장벽에 ‘허점’을 낸 사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자동차 산업에서 빠른 속도로 유럽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컨설팅 회사인 알릭스파트너스의 분석을 기반으로, 지난해 중국의 승용차 수출은 23% 급증한 640만대로, 2위인 일본보다 50% 이상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알릭스파트너스는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시장의 30%을 점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에는 21%로 전망했다, 예상 점유율을 더 높인 것이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특히 전기차 부문에서 그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유럽의 배터리 전기차(BEV)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지난 9개월간 10%였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그 성장 속도에서 유럽 정치인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중국 전기차 업체인 BYD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4%나 늘었다.

    유럽연합(EU)는 관세까지 도입했지만 역효과를 보고 있다. EU는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전기차에 대해 최대 45.3%의 관세를 매겼다. 그러나 일부 전기차 모델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유럽 기업 BMW도 그 영향을 받았다. BMW가 현지 업체와 합작해 중국에서 생산한 미니쿠퍼 SE는 30%의 관세를 맞게 됐다. 전기차 부문에서는 벤츠나 르노 등도 중국에 연구개발이나 일부 플랫폼을 유지하고 있어, 관세만으로 중국 차 업체의 도약을 견제하기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중국 업체들이 관세를 피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 부문에서 크게 성장했다. 시장조사 업체 데이터포스에 따르면, BYD는 올해 상반기 EU에서만 2만대의 PHEV를 등록했다. 관세를 피한 PHEV에서 중국 업체들이 더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EU가 해당 분야까지 관세를 확대할 방안을 검토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급성장은 유럽, 미국 업체들의 부진과 대비돼 그 성과가 더 두드러진다. 유럽은 2035년에 내연기관 자동차는 판매를 금지한다는 목표 아래 관련 규제들을 도입했다. 그 중간 성과를 점검하는 일정도 본래 내년이었던 것을 올해 말로 앞당기려 하고 있다.

    이에 벤츠, 스텔란티스 등 유럽 자동차 업체의 최고경영자(CEO)부터 자동차 산업 비중이 높은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까지 나서 내연차 퇴출이란 강경책을 보류해야 한다고 만류하고 있다. 유럽의 제조사들은 규제를 받고 있는데 중국 제조사들은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불공정한 상황을 두고, 최근 EU도 규제 완화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스테판 세주르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자동차산업의 날 행사에서 “오는 12월 10일 ‘경제적 소형 전기차’ 카테고리 신설과 관련 규제를 발표할 것”이라 밝혔다. 1만5000∼2만유로(약 2500만∼3300만원) 가격대의 소형 전기차의 경우 안전·기술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정권이 바뀌면서 전기차 시장 성장 동력이 확 사그라들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 정권의 탄소절감 정책을 뒤집고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 축소의 여파는 생산 중단, 감원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포드는 전기차 트럭인 ‘F-150 라이트닝’의 생산을 완전히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GM은 내년 1월부로 디트로이트의 전기차 전용 조립 공장 팩토리 제로에서 근로자 1200여명을 무기한 해고하겠다 밝혔다. 현재 해당 공장은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중국은 전기차 업체들의 과잉생산으로 인한 저가경쟁이 논란이 되자 올해부터 보조금은 삭감했지만 세금감면, 연구개발(R&D) 지원 등은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수년째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전기차 업체들이 수출에 사활을 거는 만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고속 성장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운송선사인 발레니우스 빌헬름센의 라세 크리스토페르센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라틴 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호주로 향하는 선적량이 엄청나게 성장(massive growth)‘하고 있다”며 “중국 생산자들은 비용 선도자(cost leaders)에서 이제 기술 선도자(technology leaders)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