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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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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도 못 꺾은 글로벌 거인과의 전쟁, 네이버는 어떻게 국내 1위 포털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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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 네이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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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의 성공과 도전<3>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미국의 구글이 포털 분야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다. 그 중심에 네이버가 있다. 네이버는 '한국형 포털'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며 구글도 넘지 못한 K포털의 역사를 썼다. 이재명 정부 들어 네이버는 각각 대표이사를 지낸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2명의 장관과 네이버클라우드에서 인공지능(AI)을 개발한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을 배출하며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네이버의 성장 과정을 다룬 시리즈를 통해 K포털의 경쟁력과 AI 시대를 맞아 네이버의 역할 및 가능성에 대해 짚어 본다. -전화번호부가 만든 세계 1위 기업 오버추어 -네이버의 발목을 잡은 키워드 검색 광고 -오버추어의 특허를 무효로 만들어라 -검색 전쟁 당시 네이버 검색 광고 사업 이끈 최휘영 문체부 장관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이 확산되던 시기에 검색은 인터넷 이용의 출발선이었다. 사람들은 검색 서비스에 접속해 원하는 정보와 가고자 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찾았다. 덕분에 검색 서비스가 급속도로 성장했다. 문제는 검색 서비스가 그 자체로 돈을 벌지 못하는 점이다. 검색할 때마다 돈을 받을 수 없으니 이용자가 늘어도 검색 서비스 업체는 돈을 벌기 힘들었다.

    여기에 일대 전환을 일으킨 것이 검색 광고다. 검색은 돈이 되지 않지만 검색하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광고를 보여주자는 발상이다. 검색 광고 덕분에 검색 서비스를 앞세운 포털은 일약 인터넷 시대의 절대 강자로 부상했다.

    그런데 당시 검색 광고를 제공하는 업체가 따로 있었다. 포털은 검색 광고 업체로부터 광고를 제공받아 노출하는 구조였다. 따라서 검색 광고로 벌어들이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검색 광고 업체들이 가져갔다. 네이버는 이런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검색 광고를 자체 기술로 직접 제공하기 위한 대전환을 준비했다.

    네이버의 대전환은 곧 검색 광고의 절대 강자인 미국업체 오버추어(Overture)와의 전쟁을 의미했다. 당시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이를 '오버추어 대전'이라 불렀다. 모두들 네이버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 생각했다. 검색 광고 중 핵심인 종량제 방식의 기술 특허를 모두 오버추어가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네이버의 승리였다. 오버추어 대전의 승리로 네이버는 매출이 크게 늘며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과연 네이버는 불가능한 싸움으로 봤던 오버추어 대전을 어떻게 뒤집었을까.

    한국일보

    지금은 사라진 오버추어사의 로고.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화번호부가 만든 세계 1위 기업 오버추어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출신의 빌 그로스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연쇄 창업가였다. 고등학생 때인 1970년대 태양광 발전 장치를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으며 대학 졸업 후 스피커를 만드는 GNP 라우드스피커,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널리지 어드벤처 등을 운영했다.

    그는 넘치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해 아예 1996년 일종의 신생기업(스타트업) 육성업체인 아이디어랩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150개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그중 하나가 오버추어 전신인 고투닷컴이다.

    그로스는 1990년대 인터넷 검색 서비스가 마땅한 돈벌이 수단이 없다는 것을 눈여겨봤다. 이를 고민하던 중 전화번호부를 넘기다가 기발한 생각을 했다. 각 업종별로 묶어 놓은 전화번호부 페이지에 해당업종 광고가 게재된 것을 보고 이를 검색 서비스와 결합하면 돈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배가 고파서 전화번호부에서 음식점 페이지를 뒤적이는 사람에게 식당 광고를 보여주는 식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그는 1997년 오버추어의 전신인 고투닷컴을 만들었다. 나중에 오버추어로 이름을 바꾼 이 업체는 전 세계 인터넷 광고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두 가지 특허 기술을 개발했다. 첫 번째는 인터넷 광고를 본 사람이 광고를 눌렀을 경우에만 광고주가 광고비를 내는 클릭당 비용 지불 방식(pay per click, PPC)이다. 쉽게 말해 종량제 광고다.

    세계 최초로 오버추어가 개발한 PPC는 오늘날 인터넷 광고의 표준이 될 정도로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이전에는 광고를 보든 말든 무조건 홈페이지에 노출만 하면 일정액의 광고비를 내는 정액제 방식이었다. 따라서 이용자가 광고를 눌렀을 경우에만 광고비가 부과되는 PPC는 광고주 입장에서 광고 효과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합리적 방식이어서 인기를 끌었다.

    두 번째 특허기술은 경매 방식을 이용한 광고 단가 책정이다. 검색 결과의 맨 위처럼 눈에 잘 띄는 자리는 경매를 통해 입찰가격을 많이 제시한 광고에 우선권을 주도록 기술을 개발했다. 그로스는 이 방식도 전화번호부에서 영감을 얻었다. 전화번호부에서 눈에 잘 띄는 위치에 광고를 하려면 돈을 더 내야 했다. 그로스는 '광고를 하려는 사람은 효과가 확실하면 돈을 더 낼 것'이라고 확신하고 이를 구현하는 두 가지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덕분에 오버추어는 야후닷컴과 라이코스 등 미국의 주요 포털들과 광고 공급 계약을 맺으며 전 세계 인터넷 광고시장을 휩쓸었다. 2001년 연 매출 2억8,810만 달러였던 오버추어는 전 세계 인터넷 광고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2002년 연 매출이 6억6,770만 달러로 뛰었다.

    오버추어는 2002년 국내에도 지사인 오버추어코리아를 설립해 진출했다. 네이버를 비롯한 다음, 엠파스, 네이트닷컴 등 당시 국내 포털들도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오버추어코리아와 광고 공급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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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① 네이버의 성공과 도전
      1. • 삼성도 “성공 못할 것”이라던 네이버... 큰 기대 안했던 서비스가 회사 살렸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515150005276)
      2. • 삼성전자보다 시가총액 높았던 회사와 합병 발표…그러나 한 달 뒤 취소됐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0119300002431)
      3. • “절대 못 이긴다”던 글로벌 기업과의 검색광고 전쟁...네이버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1617360005992)
      4. • 야후 엠파스 라이코스...경쟁자 차례로 쓰러뜨린 네이버의 무기는 지식인과 뉴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171633000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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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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