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항공사들의 실적 부진이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 아니라 여객기 공급 과잉에 따른 경쟁 심화 등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당분간 항공업체의 실적 개선이 이뤄지기 쉽지 않고, 이에 따라 주가 반등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하는 대한항공 여객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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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일 대한항공은 전 거래일 대비 1.38% 오른 2만2000원에 마감했다. 소폭 반등했지만 지난 7월 14일 기록했던 2만6250원 수준은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도 전 거래일 대비 2.5% 오른 8600원으로 장을 마쳤지만, 최근 기록한 52주 신저가(8360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1월 2일 종가 대비 대한항공의 10일 종가는 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17%), 진에어(26%), 제주항공(23%) 주가 역시 두 자릿수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지수가 올해 초부터 이달 10일까지 70% 상승하는 동안 항공주 주가는 오히려 하락한 셈이다.
부진한 실적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대한항공은 3분기 매출액 4조85억원을 기록했다. 4조1150억원으로 예상된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보다 2.4% 낮은 수치다. 진에어의 3분기 매출 역시 시장 컨센서스였던 3448억원을 11.75% 밑도는 3043억원에 그쳤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항공사의 실적 전망도 낮은 수준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2025년도 전체 매출액은 1조5455억원으로 추정됐다. 작년 매출액 1조9358억원보다 2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매출액도 작년 매출액보다 9% 감소한 7조5580억원으로 예상됐다. 티웨이항공은 영업적자 1687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증권가는 실적이 부진한 근본 원인으로 과잉 공급된 여객기를 지목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보다 항공기 공급이 많은 것이 항공주 주가가 하락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국내 항공기 수는 2014년 290대에서 2024년 410대로 늘었다. 10년 사이 41% 증가했다. 국내 항공사들이 보유한 항공기는 올해 말 432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항공기 공급은 늘었지만 수요는 정체돼 항공권 단가 하락 압력이 커졌다. 대형 항공사와 저비용 항공사(LCC) 모두 가격 경쟁이 심화되며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다. 정 연구원은 “환율은 일시적인 요인이지만, 공급이 포화된 상황에서 운임 인하 경쟁이 이어진다면 항공사 모두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고환율 부담도 크다. 항공사들은 리스료·항공유·부품을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은 곧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외화 부채에 대한 평가 손실까지 발생하면서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은 항공주를 대거 매도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4000 초반에서 단숨에 4200선까지 역사적 랠리를 이어간 10월 27일부터 11월 3일 사이에도 외국인과 기관은 항공주 4개 종목(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진에어·제주항공)을 60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코스피가 출렁였던 지난주(11월 4~7일)에도 외국인과 기관 모두 ‘팔자’에 나섰다. 338억원 순매도했다.
증권가는 당분간 항공주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 연구원은 “구조적 요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항공사 실적의 본격적인 회복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건 기자(lgnr0429@chosunbiz.com);박지영 기자(j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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