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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여보, 30억 있지?" 청약마저 '그사세'…10·15대책에 현금부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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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 상승세가 2주 연속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1주(11월3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직전 주(0.23%) 대비 0.04% 줄어든 0.19%를 기록했다. 한편 경기도 전체(0.11%)로는 상승 폭이 직전 주 대비 0.01%포인트 줄었지만 규제를 피해 간 일부 지역은 상승 폭이 커지며 풍선 효과도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2025.11.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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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 한달을 앞두고 있지만 서울 강남권 등 주요지역 아파트값은 되레 오르고 있다. 반면 중저가 단지는 거래가 끊기면서 양극화가 심화됐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자금 여력이 있는 '현금 부자'들만 남은 시장이 됐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대치동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11일 "집값은 앞으로 더 오를 거라며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강남은 현금 부자들이 많아 정부 규제에 영향이 거의 없다"며 "거래는 줄었지만 대기 수요는 그대로"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권 주요 단지들의 신고가 갱신이 이어지고 있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114㎡는 지난달 63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고,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59㎡는 31억원에 팔렸다.

    강남3구가 10·15 대책 이전부터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의 '상한선'을 적용받아온 지역인 만큼, 이번 대책의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오히려 서울 외곽 지역에도 같은 규제가 적용되자 보다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며 자금이 몰리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33억4409만원에 달한다. 하위 20%(4억9536만 원)와의 격차 배율이 6.8배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저가 아파트 7채를 팔아야 강남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상황이다.

    고가주택 대출 한도를 2억~6억 원으로 제한한 현행 규제가 실수요자의 접근성을 더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부동한 전문가는 "대출 규제는 오히려 자산가에게 유리한 구조"라며 "유동성이 풍부한 수요층은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실수요층은 주거사다리에서 밀려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초고가 청약인 지난 10일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 특별공급에는 2만 3861개의 청약통장이 몰렸다. 분양가가 전용 59㎡ 기준 20억원이 넘고, 84㎡형은 옵션·세금 포함 30억원 가까운 현금이 필요한 단지임에도 경쟁률은 86대 1을 기록했다.

    전매제한 3년, 실거주 의무 3년, 대출 제한 등 조건이 까다로워도 '시세차익' 기대감이 자금력을 가진 청약자들을 끌어들였다. 생애 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에도 각각 9800여 명, 8600여 명이 몰리며 '현금 청약전쟁'이 벌어졌다.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청약제도가 더 이상 실수요자의 사다리가 아니라, 현금 부자들의 투자 통로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풍선효과도 감지된다. 10·15 대책 이후 규제지역 거래는 급감했지만, 비규제지역의 거래는 오히려 늘었다. 직방 분석에 따르면 대책 발표 후 20일간 비규제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은 이전보다 22% 증가한 반면, 규제지역은 76% 감소했다. 수원 권선구(+73%), 화성(+59%), 파주·구리(+41%) 등 비규제지역에 수요가 집중됐다. 서울과 수도권 규제지역의 거래 절벽이 장기화될 경우, 이들 지역의 집값은 다시 급등하고 '풍선효과→규제→이탈'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정부는 시장 과열을 막겠다며 강력한 대출 규제를 내놨지만, 결과적으로는 '현금시장'을 굳혔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금력이 없는 실수요자는 진입조차 어렵고, 규제에 둔감한 고소득층은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요 억제책만 반복하다 보니, 똘똘한 한 채 쏠림과 가격 양극화만 키우고 있다"며 "10·15 대책이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 왜곡을 심화시켰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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