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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에 대한 논쟁은 사회 각계가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낸다. 단답형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저출생·초고령화로 인한 노동시장의 급박한 변화, 국민연금 수급 시점의 불일치 등 복합적이면서도 구조적 문제를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대 노총과 여당은 연내 입법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서두르는 것이 답은 아니다'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인식이다.
11일 매일경제가 전문가들에게 한국이 경제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고용'의 필수 요소가 무엇인지 물었다. 전문가들은 △임금 체계 유연화를 전제로 한 기업 선택권 보장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업종·규모별 탄력적 정책설계를 선행 조건으로 꼽았다.
일률적 정년연장은 오히려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진단이다. 특히 이들은 업종·규모별로 탄력적 정책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최대 쟁점인 임금 문제의 경우 기존 연공형 체계에서 생산성 중심으로 개편돼야 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공서열식 임금구조에서 기업은 부담을 느끼고 '차라리 젊은 사람 두 명을 채용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년이 연장되더라도 노사 합의에 따라서 임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근로조건 변경 없이 일괄 정년연장을 하게 되면 결국 일부 대기업이나 노동조합이 잘 갖춰진 사업장 외에는 조기퇴직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직무급이나 직능급 임금체계로 전환된 기업은 계속고용의 비용 문제에 있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연공형 임금구조가 유지되는 한 고령 근로자 인건비 부담이 청년층 채용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임금을 성과에 연동시키는 구조가 정년연장 논의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계속고용 방식으로는 정년연장·재고용·정년폐지를 병행하는 이른바 '멀티 트랙' 형태가 대안으로 거론됐다.
권 교수는 "기업이나 산업별로 선택지를 주고, 각각의 특수한 환경에 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고용을 안정시키고 제도가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컨대 성과형 인사체계가 자리 잡은 정보기술(IT) 업계는 정년연장을 선택할 여지가 있다. 고령에도 생산성이 큰 전문가나 연구원 집단의 경우 오히려 정년을 폐지하는 식으로 자유도를 주는 게 적합하다"면서 "연공형 임금체계가 남아 있는 일부 대기업은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채택하는 게 고용 안정을 위해 낫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근로조건 격차 문제를 우선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계속고용의 핵심은 임금 수준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자회사, 하청 간 고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기 때문이다. 국내 노동구조에선 임금 격차가 큰 현실 탓에 당장 이 같은 고용 승계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일본은 하청으로까지의 고용 승계를 재고용 방안으로 포함한다는 점에 원·하청 간 격차가 큰 우리 현실과 차이가 있다"며 "모든 노동 격차가 해소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에 고령자 친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재고용 지원 제도를 강화하는 식의 간접 유도책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된 정년연장 법안의 기본 틀은 '단계적 연장안'이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인 한정애 의원 법안에는 2027년 63세, 2028년 64세를 거쳐 2031년부터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이 담겼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주영 의원과 환노위 소속 이용우·박홍배 의원은 2027년부터 2033년까지 8년에 걸쳐 65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법안의 취지는 상향하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법적 정년 연령 간 불일치로 나타나는 '소득 크레바스'를 막겠다는 것이다.
소득 크레바스란 직장에서 은퇴한 뒤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할 때까지 소득이 없는 기간을 뜻한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지난해 63세가 됐고 2028년과 2033년엔 각각 64세, 65세로 올라간다.
국민의힘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방식으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미애 의원은 "정년연장은 청년 일자리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미래 세대와 함께 사회적 합의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은산 기자 / 최예빈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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