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수감자 학대 영상 공개한 법무감 겨냥
경찰 수사, 정부 비난, 살해 위협 횡행
전쟁범죄 군인 자체 처벌 능력 의구심
ICC 피소 이스라엘 지도자 방어 논거 깨트려
[서울=뉴시스]이스라엘군 최고 법무관이 팔레스타인 포로 학대 장면이 담긴 영상을 언론에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전격 사임했다. 이파트 토메르-예루살미 법무감(소장) 자료 사진. 그에 대한 경찰 수가가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처벌 의지를 가늠케하는 시금석이 되고 있다. 2025.11.12. <사진출처: 이스라엘군 엑스> 2025.1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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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스라엘 군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학대하는 영상을 유출한 혐의로 이스라엘군 법무감을 처벌할 것인지가 이스라엘의 사법체계가 자국 군인들의 범죄 혐의를 조사할 능력이 있는지를 시험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달 초,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학대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이스라엘 군 예비역 4명이 복면을 쓴 채 언론 앞에서 섰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로 사용된 보안카메라 영상 일부를 유출한 혐의를 받은 군 법무장교가 처벌받고 감옥에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비난한 법무장교는 이팟 토메르-예루살미 군법무감으로 현재 사임하고 자택 연금 상태에 있으며 그와 최소 5명 이상이 영상 유출 및 은폐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관이 오히려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된 이번 사건은, 가자전쟁 중 발생한 팔레스타인 수감자 학대 사건에 대한 기소를 흔들고 있다.
이번 상황은 특히 광범위한 법적 여파를 초래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이스라엘의 사법체계가 자국 군인들의 범죄 혐의를 실제로 조사할 능력이 있는지를 시험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이는 전쟁범죄 혐의로 수사 받고 있는 이스라엘 지도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자신들의 방어 논거로 내세워온 핵심 논점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7월 네게브 사막의 스데 테이만 구금시설에서 근무하던 예비역 군인 5명이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학대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15분 동안 수감자를 발로 밟고 곤봉으로 때리고 테이저건으로 전기충격을 가했다. 그 결과 피해자는 갈비뼈 7대가 부러지고 왼쪽 폐에 구멍이 뚫렸다고 한다.
이들에 대한 기소장에는 “피고 중 1명이 날카로운 물체로 수감자의 엉덩이를 찔러 항문 근처까지 관통해 직장을 찢었다. 다른 피고는 자신의 곤봉을 수감자의 입에 넣으라고 명령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엉덩이에서 피를 흘리며 호흡 곤란을 호소한 수감자는 이후 민간 병원으로 이송돼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그를 치료한 의사들이 당국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당시 WSJ이 보도했다.
토메르-예루살미 법무감이 학대 혐의에 대해 형사 수사를 개시하기로 결정하면서 강한 반발이 일었다.
극우 정치인을 포함한 군중이 병사들이 구금된 군 기지로 몰려와 폭행과 침입을 저질렀고 법무감을 겨냥한 살해위협도 쏟아졌다.
토메르-예루샬미 법무감은 사직서에서 비난에 대응하기 위해 보안 카메라 영상 일부를 유출했다고 밝혔다.
영상에는 이스라엘 예비역들이 수감자를 벽에 밀착시키고, 카메라 시야를 가리는 방패로 자신들을 둘러싸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그는 “군 법무감으로서 군 법집행관들에 대한 허위 선전에 맞서기 위해 언론에 자료를 공개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썼다.
경찰은 그녀가 영상을 유출하고 그 뒤 은폐를 시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대법원을 오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토메르-예루샬미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이스라엘 정부가 그를 총체적으로 압박했다.
각료들은 용감한 이스라엘 군인들의 명예를 훼손한 악인으로 법무감을 비방했고 집권 연정에 속한 다수의 의원들이 그를 ‘배신자’ ‘적’ ‘범죄조직의 수장’이라 모욕했다.
토메르-예루샬미를 향한 대중의 공격은 최근 몇 주 사이 정점에 달했다.
이스라엘의 허위정보 감시단체 ‘페이크 리포터(Fake Reporter)’에 따르면, SNS에 그를 살해하라고 부추기는 게시물들이 쏟아졌다.
예루살렘에서 열린 축구 경기에는 그가 하마스 군복을 입은 모습의 배너가 등장했다.
국제 및 이스라엘 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의 사법체계가 팔레스타인 포로 학대를 포함한 전쟁범죄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조사하거나 처벌하지 못했다고 비판해왔다.
토메르-예루샬미가 제기한 기소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학대 혐의로 이스라엘 군인이 법적 처벌을 받게 된 대표적인 사례였다.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까지 이어지는 조사는 드물다. 이스라엘 군 자료에 따르면, 토메르-예루샬미가 이끌던 군검찰은 2023년 10월부터 2024년 8월 사이에 군인들의 범법 행위에 대해 70건 이상의 형사 조사를 개시했다. 그러나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스라엘 군인들을 국제재판소에 세우는 것에 반대하는 핵심 논거는, 이스라엘이 자국 내에서 전쟁범죄를 조사하는 견실한 사법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텔아비브대 엘리아브 리블리히 법학 교수는 이번 영상 유출 사건이 이스라엘이 전쟁 범죄 혐의를 조사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메르-예루샬미에게서 유출 영상을 받아 공개한 이스라엘 언론인 가이 펠레그는 자신과 가족에 대한 위협이 심각해져 경호 인력이 배정되었다고 밝혔다.
토메르-예루샬미는 과거에도 군 지휘부에 대해, 군인들의 불법 행위를 조사하지 말라는 외압이 가해지는 것에 경고했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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