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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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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발행, 점진적 도입”…학계, 원화 스테이블코인 ‘신중론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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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학회 설문조사 결과

    금융 혁신 찬성, 속도보다 안정 우선

    “득보다 실 커” 도입 필요성 회의론도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국내 경제학자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은행 중심의 발행 구조와 점진적 제도화가 바람직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금융 혁신을 기대하는 긍정론과 함께 통화정책 교란, 금융불안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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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한국경제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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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한국경제학회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의 국내 주요 경제학자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의 가장 중요한 동인으로 ‘금융 혁신 및 효율성 제고’(37.1%)를 꼽았다.

    반면, ‘도입 필요성이 낮다’(28.6%)는 의견도 두 번째로 많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득실을 비교하면 실이 더 크기 때문에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불법적인 자본유출 우려, 향후 원화의 가치 하락 가능성 때문에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수요가 늘어날 경우 통화대체의 증가로 인한 통화주권의 약화 등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파급 효과로는 토큰증권 등 디지털 자산 산업(35.3%), 해외 송금 등 국경 간 거래(29.4%)가 가장 많이 꼽혔다. 반면 기존 인프라와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밀려 활용이 제한돼,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인한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응답(26.4%)도 많았다.

    윤영진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우리가 준비하지 않은 ‘원화의 국제화’를 강제할 수 있다”며 “제도권 밖에서 24시간 자유롭게 거래되는 원화는 투기적 공격의 대상이 되거나 불법 자금 유출입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로는 △결제 시스템 혁신 및 비용절감(59.4%), 핀테크·디파이 등 금융 혁신 촉진(28.1%), △디지털 콘텐츠·플렛폼 산업 활성화(6.3%) △부동산 등 실물자산 토큰화로 새로운 투자시장 개척(6.3%) 등을 들었다.

    김정식 교수는 “현행 결제시스템은 속도가 느리고 수수료가 과다하다”며 “경쟁 체제가 형성돼 이러한 단점이 개선될 수 있다”고 봤다. 윤영진 교수는 “기술발전 방향에 따라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확산으로 인한 부작용과 잠재리스크로는 ‘디페깅 및 코인런 발생 위험’(35.6%)을 지적했다. 장우현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페깅(법정화폐 가치에 1대1로 고정시키는 구조)을 위해 현금성 자산을 예치해 두었다고 해도 코인런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고, 그 부담은 금융시스템 전체에 주어진다는 점에서 무시해서는 안 될 리스크”라고 경고했다.

    ‘통화정책 통제력 및 통화주권 약화 우려’에 대한 응답도 22.2%나 차지했다. 김수현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의 영향이 미칠 수 없는 영역이라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자금세탁 등 불법 자금 악용 가능성(17.8%), △자금 해외유출 등의 거시건전성 위험(8.9%), △과세 투명성 및 과표 양성화 저해(8.9%), △은행 예금 이탈로 인한 금융중개 위축(6.7%) 등도 부작용과 리스크로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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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로는 ‘은행 중심’ 발행 구조가 압도적 선호를 받았다. 다만, 요건을 충족한 일부 비은행도 발행 기회를 줘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동범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책 당국의 규제 감독 체계하에 속한 기관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했고,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은행·빅테크의 단독 발행은 원칙적으로 제한해야 하지만, 은행과 동일 수준의 규제·감독을 의무화한다는 전제에선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응답자의 대다수(97.2%)는 점진적 제도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정식 교수는 “민간이 통화를 발행하는 문제라, 국제통화를 가진 국가들이 입법화하는 과정을 본 후 점진적으로 입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윤영진 교수는 “금융중개 시스템 및 외환시장에 미칠 파급효과와 위험성에 대해서 충분한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원화 국제화에 대한 단계적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윤수 교수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이미 제도화를 서두르는 만큼 신중하되 지나친 지연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10월 14일부터 11월 11일까지 실시했고, 패널 위원 92명 중 31명이 응답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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