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SK하이닉스 이천 M16 공장 전경./각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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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SK하이닉스, 키옥시아, 마이크론 등 글로벌 4개 낸드플래시 제조사가 올해 하반기에 일제히 낸드플래시 공급량을 줄이고 있다. 공급 조절을 통해 가격 인상을 유도하는 한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쿼드레벨셀(QLC) 공정으로 생산 설비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생산량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동시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키옥시아 등은 지난해 내내 원가 수준에 머물렀던 낸드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해외 대형 고객사들과 내년 낸드 공급 물량을 논의 중인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20~30% 이상의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연간 낸드플래시 생산량 자료를 살펴보면 삼성전자가 올해 낸드 웨이퍼 생산량 목표치를 전년(507만장)보다 약 7% 줄인 472만장 수준으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키옥시아도 작년 480만장에서 올해 469만장으로 생산량을 조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키옥시아의 감산 기조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옴디아의 관측이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생산량 규모를 보수적으로 제한하며 가격 인상 효과를 노리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생산량 규모는 작년 201만장에서 올해 180만장 수준으로 약 10% 내렸다. 마이크론도 상황은 비슷하다. 마이크론은 최대 낸드 생산기지인 싱가포르 팹7 공장 생산량을 30만장대 초반으로 유지하며 보수적인 공급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공급사들이 일제히 생산량 조절에 나서면서 낸드 제품 평균판매단가(ASP)도 급격히 오르고 있다. 지난 분기에만 15% 오른 낸드 가격은 향후 40~50% 이상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해외 시장조사업체들의 관측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시장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512Gb 트리플레벨셀(TLC) 낸드 칩의 웨이퍼 현물 가격은 지난주 대비 14.2% 상승한 5.51달러를 기록했다. 현물가격은 유통 시장에서 즉시 거래되는 가격을 말하는데, 이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제품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TLC 기반 낸드 물량이 품귀 현상을 빚는다는 것은 주요 낸드 공급업체들이 TLC 대신 수익성이 높은 QLC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QLC와 TLC는 낸드플래시의 기본 단위인 하나의 셀(Cell)에 저장되는 비트 수를 말한다. TLC는 하나의 셀이 3비트를 저장하는 반면 QLC는 4개를 저장할 수 있다. 같은 면적에서 QLC가 TLC보다 30% 많은 용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AI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인 대용량 SSD 제작에 유리하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기존 TLC 기반 낸드 생산라인을 AI 데이터센터용 SSD에 필수적인 QLC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TLC 낸드 생산 설비 일부가 멈추는 자연 감산 효과가 주요 4개 공급사 모두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통상 설비 전환과 공정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산량 ‘손실’은 시장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관례”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랜 기간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낸드 가격 인상 조짐에 수익성 극대화에 나섰다. 앞서 미국 샌디스크는 이달부터 낸드 제품 계약 가격을 최대 50%가량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 가격 급등을 우려하는 북미 주요 빅테크가 ‘사재기’에 나서면서 내년 낸드 공급 물량이 이미 완판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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