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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 넘는 구글? "지도 반출 안 하면 韓美 협정 의무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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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클로즈업] 구글 속한 美 CCIA, 韓 정부 압박…'팩트시트 지연 노린 공세' 가능성도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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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구글이 한국의 1:5000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관련 보류 결정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 명의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를 압박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 의무 위반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업계 안팎에선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구글이 스스로 기회를 걷어찬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성명문을 통해 "최신 내비게이션, 물류 및 모빌리티 서비스의 핵심 요소인 디지털 지도 데이터의 반출 승인에 대해 한국 정부가 지속적이고 부당하게 유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올해 5월과 8월에 이어 이번에도 유보 결정을 내린 것은 2013년부터 이해관계자 및 미국 정부가 해결하려 노력해 온 양국 간 디지털 무역의 난제를 더욱 고착화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CCIA 측은 "외국 기업에게 현지 데이터 센터 유지 의무를 부과하는 정부의 방침은 글로벌 서비스 기업들에게 불필요한 비용 부담과 불리한 경쟁 조건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보안상의 이점도 제공하지 못하는 조치로 평가받는다"며 "나아가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하에서 미국 서비스 제공업체들에게 비차별적 대우를 보장해야 한다는 한국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동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너선 맥헤일 CCIA 부회장의 성명문은 양국의 관계를 의심케할 정도의 강력한 압박을 시사해 '선을 넘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는 성명문을 통해 "한국 정부가 미 기술 기업들의 신청을 신속히 승인하고 디지털 지도 데이터의 반출 제한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 오래된 정책의 종료는 한국이 개방적 디지털 시장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상호운용 가능한 전 세계 디지털 경제 발전을 위해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CCIA는 데이터센터 설치를 제안한 한국 정부의 방침이 부당하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까지 거론하는 형태로 압박을 가했지만 국내 IT업계에선 '이런 논리가 절차적 위법성이나 형평성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번 결정을 비판한 CCIA가 구글을 비롯해 메타, 애플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회원사로 둔 협회라는 점에서 공정성·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앞서 지난 11일 협의체는 구글이 요청한 고정밀지도 반출 여부에 대해 '보류'로 결정을 내리면서 "지난 9월 구글이 한국의 안보시설 가림 처리와 좌표 노출 금지 등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혔음에도 관련 내용을 포함한 보완 신청서를 추가 제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간 한국 정부는 안보시설 가림(블러) 처리, 좌표 노출 금지,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운영 등 크게 세 가지 조건을 수용할 경우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는 국가 안보와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함이다.

    관련 기준에 대해 구글 측은 지난 9월9일 국내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존 위성이미지 가림 처리에 더해 좌표 정보를 보이지 않겠다는 요구사항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설치·운영을 제외한 나머지 기준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정작 한국 정부에 관련 이행사항을 담은 서류는 제출하지 않았다.

    협의체는 구글의 대외적 의사표명과 신청 서류가 일치하지 않아 정확한 심의가 어려워 이를 보완하기 위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를 위해 협의체는 국토교통부가 구글에 내년 2월5일까지 60일 내 보완 신청서 제출을 요구하도록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구글이 관련 기준 이행사항에 대한 서류를 제출했을 경우 심의를 거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아 '스스로 기회를 걷어찼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구글이 한국과 미국 간 관세·안보 분야 협상 결과를 담은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 발표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고정밀지도 반출 제한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기 지적한 대표적 비관세 장벽 요소인 만큼 관세·안보 협상 타결 후 세부절차를 남겨둔 상황에서 미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결정을 유보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글이 CCIA를 통해 한국 정부를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심의를 할 수 있는 기본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아 심의가 보류된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분단국가 상황인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이나 공간정보산업과의 상생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떼쓰기식 압박만 가하는 구글의 태도가 향후 어떤 파장을 불러 일으킬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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