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한마디면 李 나락" 말폭탄
국힘 의석수로는 대통령 탄핵 역부족
"선거 앞 탄핵 공세 부적절" 우려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대장동 일당 7,400억 국고 환수 촉구 및 검찰 항소포기 외압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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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위에 서려는 자, 이재명은 독재자다." "이재명은 그 존재 자체로 대한민국의 재앙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 파문과 관련한 대규모 규탄 집회를 열고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거침없이 날 선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 끝에는 탄핵 공세가 있었다. 장 대표는 이날도 대통령 직함을 떼고 "이재명을 탄핵하는 그날까지 함께 뭉쳐 싸우자"고 외쳤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전국에서 몰려온 당원 최소 1만 명이 집결했다. 당원들은 "대한민국 정의는 죽었다" "국고 7,400억 원 증발" 등 피켓을 들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 및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사퇴를 촉구했다. 전날 대검찰청·법무부 청사 항의 방문 때 참석 의원 수가 40명 안팎으로 비교적 적었던 것과 달리 이날은 100명 가까이 모인 것으로 당은 추산했다.
현장에서는 이 대통령을 겨냥한 강경 발언이 경쟁하듯 쏟아졌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권 자체가 대장동 범죄 정권"이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를 실시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표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의 한마디면 이재명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가 이 대통령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연루 정황을 알고 있고, 검찰의 항소 포기 조치는 김씨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범죄 수익 추징을 가로막음으로써 이들의 '배신'을 입막음하려는 조치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당내에서는 지도부가 공세 수위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강경론이 일단은 강한 분위기다. 한 지도부 의원은 "장외투쟁이든 뭐든 가용한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할 때 아닌가"라고 했고, 영남권 중진 의원은 "지금은 어떻게든 싸워야 할 때"라고 힘을 실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허공을 보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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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연일 터져 나오는 탄핵 공세에 대한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장 국민의힘 의석(107석)만으로는 대통령 탄핵(200석)은 물론 장관 탄핵(150석) 등을 소추하기도 어림 없는 상황이다. 제1야당 대표가 연일 탄핵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실효성이 없기에 여당에서조차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 차원의 대응은커녕 "무책임한 선동" "정쟁을 위한 언어폭력"(박경미 대변인)이라고 비판한 게 전부다.
당장 탄핵이란 초강수 카드를 너무 일찍 꺼내버린 탓에 앞으로 쓸 수단이 남아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당내에선 장 대표가 지지층 결집과 지도부 존재감 확보를 위해 정치적으로 탄핵 공세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는 것에 대한 역풍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장 과거 국민의힘 계열 보수 정당이 2004년 17대 총선과, 2020년 21대 총선에서 각각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 탄핵을 선거 구호로 내세웠다가 더불어민주당 계열 진보 정당에 각각 참패했던 경험에 비춰보면 '선거 앞 정치 공세성 탄핵 거론'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소장파인 김용태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탄핵이라는 말은 함부로 거론하는 것이 국익 차원에서 좋은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선 사실관계 파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1일 1탄핵'을 외치고 있는 지도부는 윗선 개입 의혹 실체를 밝히기 위한 불가피한 정치적 지렛대라는 입장이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장외로 나가기보다는 국조 요구와 사실관계 규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지도부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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