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화공간 ‘서울형책방’ 60곳
서점당 최대 400만 원 운영비 제공
북토크-워크숍 등 프로그램 장려
야외 독서-책 문장 공유 챌린지도
11일 서울 중구 방산종합시장 2층 ‘그래서책방’에서 손님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곳은 서울시가 선정한 ‘서울형책방’ 중 하나로, 책을 매개로 한 소통과 문화 프로그램이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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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면 사장님, 손님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다 친구들이죠.”
11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방산종합시장 2층의 ‘그래서책방’에서 사장 오주현 씨(52)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노란 벽지 아래 따뜻한 조명이 비추는 3평 남짓한 공간에서는 오 씨와 손님 여섯 명이 작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밥은 먹었냐”, “그 일은 잘 풀렸냐” 같은 안부가 오갔고, 책 이야기가 자연스레 이어졌다. 손님 정호연 씨(26)는 “책도 책이지만 사람들이 좋아서 이곳을 찾는다”며 “늘 따뜻하게 맞아주는 분위기가 느껴져서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 지역 서점과 시민을 잇는 ‘서울형책방’
그래서책방은 올해 서울시가 선정한 ‘서울형책방’ 60곳 중 하나다. 서울도서관은 올해 시내 서점의 문화프로그램 운영과 홍보를 지원하는 ‘서울형책방’을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지역 서점을 단순한 책 판매 공간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키우기 위한 사업으로, 2019년 시작돼 올해로 7년째다.
서울형책방은 단순한 프로그램 운영 지원을 넘어 ‘책방 생태계 회복’과 ‘책 문화 확산’이라는 장기 목표를 두고 있다.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북토크, 지역 탐방 등 생활 밀착형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그림책 만들기, 엽서북 제작 같은 창작 워크숍과 SF 북클럽, 고전 읽기 모임 등 다양한 테마의 독서 프로그램이 열린다.
그래서책방에서도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꾸준히 운영된다. 단골 김지유 씨(43)는 “얼마 전 책방에서 손제본 수업에 참여해 직접 노트를 만들었다”며 “실을 꿰고 한 장 한 장 엮다 보면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말했다. 오 씨는 “책을 매개로 사람들이 만나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위로와 연결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 야외도서관·독서챌린지 등 독서 문화 확산
올해 서울형책방으로 선정된 60곳은 강남구에서 중랑구까지 25개 자치구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 서점당 최대 400만 원의 프로그램 운영비가 지원되며, 서울시는 BI 스티커와 책모형 현판, 공식 굿즈 제작, 온·오프라인 홍보 콘텐츠 제작 등도 함께 돕고 있다.
특히 9월부터 이달 1일까지는 서울야외도서관에서 동네서점 10곳이 참여한 ‘움직이는 서울형책방’ 행사가 열렸다. 시민들은 북토크, 전시 등을 통해 지역 서점의 책문화를 체험했다.
서울시는 시민이 언제 어디서나 책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전국 야외도서관 위치와 운영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통합 독서지도 플랫폼 ‘힙독핫플 맵(여기는 힙독핫플)’ 서비스를 5월부터 운영 중이다. 이동형 독서 프로그램 ‘노마드 리딩’과 ‘서울형책방’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교보문고와 협업해 서로 인상 깊은 문장을 공유하는 ‘마음여행 독서챌린지’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책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하고, 지역 공동체 안에서 독서 문화가 일상으로 정착하도록 돕겠다는 목표다. 오지은 서울도서관장은 “서울형책방은 시민이 책과 문화를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는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구심점”이라며 “우리 동네 어디서든 책방이 곧 문화가 되는 경험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고진영 인턴기자(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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