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포기 파장]
‘항소 포기’ 사태 5일만에 사의 표명
하루 휴가뒤 어제 출근해 정상업무… 집단행동 우려 전하자 오후 “사퇴”
“잘못없다 우겨서 득될것 없다 생각”… 법무차관 통화묻자 “檢 입 무거워야”
사의 표명 뒤 퇴근하는 盧총장대행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 차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당분간 차순길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총장 대행직을 맡는 ‘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라는 그런 일이 생겼고, 이제 제가 빠져주는 게 맞겠다 생각했습니다.”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 차장)은 12일 오후 9시 반경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이후 일선 검사장부터 초임 검사에 이르기까지 사퇴 요구가 빗발친 지 닷새 만이었다.
노 권한대행은 사퇴 이유에 대해 “후배들도 저한테 ‘현 시점에서 빠져주셔야 (조직이) 정착된다’고 했다”며 “제가 ‘잘못한 게 없다’고 부득부득 우겨가지고 조직이 득될 것 없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소 포기 결정을 두고 “저 나름대로 우리 검찰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고 했다. 노 권한대행은 항소 시한 마지막 날(7일) 오후 이진수 법무부 차관과 통화한 내용을 묻는 질문엔 “검찰은 입이 무거워야 한다. 내가 배운 건 그것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 “버틸수록 혼란 커진다는 판단에 사퇴”
노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8시 40분 서초구 대검 청사로 출근할 때까지만 해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출근 직후 그는 대검 검사장들과의 정례 부장회의에서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권한대행은 원래 예정돼 있던 대검 산하 자문위원회 위원들과의 오찬 일정도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참모진의 만류로 결국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에 “(자리에) 욕심이 없다”고 말한 뒤 11일 하루 동안 휴가를 내고 거취를 고심하면서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행보였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선 “사퇴하지 않는 방향으로 마음을 굳힌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러자 대검 검사장들은 이날 부장회의를 마친 뒤 기획조정부장실에 모여 회의를 이어갔고, 노 권한대행에게 “책임을 지고 용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대검 검사장들은 ‘대행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검사들이 단체로 보직 사퇴하는 등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일부 검사들은 노 권한대행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추가로 단체로 사직 의사를 밝히는 안도 논의했다고 한다. 결국 노 권한대행은 오후 5시 20분경 자신의 집무실에 모인 검사장들 앞에서 사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직 후 검찰 내부망에 별도의 글을 남기지 않은 노 권한대행은 퇴임식에서 짧은 소감을 밝힐 예정이다. 아직 퇴임식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노 권한대행이 물러나지 않고 버틸 경우엔 오히려 검찰 조직 내부의 혼란만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해 사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지검장이 일제히 항소 포기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고 초임 검사까지 거취 표명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사퇴 시점이 늦어질수록 분란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노 권한대행과 함께 근무했던 한 검찰 간부는 “(항소 포기를 결정했다는) 불명예를 벗고 싶어 고민했을 것”이라며 “사직 외에 다른 길이 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 항소 포기 책임 떠넘기는 檢-법무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목을 축이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노 권한대행의 사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항소 포기를 둘러싼 여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경위를 설명하고 거취 표명을 하라고 요구했지만, 끝내 어떤 과정으로 항소 포기를 결정했는지 뚜렷하게 밝히지 않아서다. 노 권한대행과 가까운 한 검찰 관계자는 “이미 사직한 상황에서 (법무부와의) 소통 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밝히고 싶은 마음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노 권한대행은 사실상 법무부가 반대해 항소를 포기했다는 취지로 주변에 설명했다. 하지만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 등은 사실과 다르다며 공개적으로 선을 긋고 있다. 대통령실이 정 장관으로부터 노 권한대행의 면직안이 제청되면 수리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이르면 13일 사표가 수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