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 10월 출시한 AI 홈 허브 ‘LG 씽큐 온’(ThinQ ON)’ 제품 이미지./LG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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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LG 씽큐 온’(ThinQ ON)을 출시하면서 ‘인공지능(AI) 홈’ 전략 3단계 시작을 알렸다. 이에 따라 가정 내 가전·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통합 관리하는 AI 홈 ‘허브’(컨트롤타워)의 중심이 기존 스마트폰에서 스피커로 옮겨갔다. LG전자는 지난 2021년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면서 AI 홈의 핵심인 연결성 측면에서 ‘고객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3일 LG전자에 따르면 지난달 출시한 ‘씽큐 온’은 생활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의 필요를 파악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판단형’(3단계) AI 홈 구축의 시작을 알리는 제품이다. 회사는 AI 홈을 ▲기기가 사용자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를 통해 가전·공간을 제어하는 ‘반응형’(1단계) ▲AI가 사용자의 상황을 학습해 필요한 행동을 먼저 실행하는 ‘상황 인식형’(2단계)으로 순차 개발해 왔다.
스피커 형태의 ‘씽큐 온’에는 생성형 AI가 탑재돼 있어 사용자와 일상 언어로 대화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연결된 집 안 가전과 IoT 기기를 제어한다. 사용자와 나눈 일상 대화를 통해 맥락을 이해하고, 생활 방식을 학습·예측할 수 있다. 기존 AI 스피커는 단답형의 단순한 답과 정해진 명령을 이행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집 안 환경과 가전·기기들을 항상 모니터링하고 있다가 고객과 일상 언어로 대화하면서 상황을 판단해 각종 기기를 최적 상태로 제어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측은 씽큐 온이 ‘AI 홈 허브’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스마트폰 앱을 통해 AI 가전·IoT 기기를 제어하던 방식에서 스피커를 활용해 ‘대화를 통한 공간 솔루션 제공’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LG전자는 2023년까지만 하더라도 타사 제품을 연동하고 고객 맞춤형 업그레이드 기능을 추가하는 등 가전·IoT 제어 애플리케이션(앱) ‘씽큐’(ThinQ)를 ‘AI 홈 허브’로 삼아 생태계를 확장해 왔다. 가전업계 일각에선 LG전자의 이런 AI 홈 허브 변경을 두고 “스마트폰 앱을 기반으로 한 고객 접근성 한계를 돌파하려는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 스마트폰서 스피커로… AI 홈 컨트롤 타워 ‘새판’ 짠 이유
빅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LG전자 씽큐 앱의 10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는 231만374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281만9078명)부터 3개월 연속 하락해 사용자 수가 국내에서만 50만명 정도가 빠졌다. AI 연결 가전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음에도 앱 사용량은 감소한 셈이다.
씽큐 앱의 사용자 수를 전년 동월(175만4464명)과 비교하면 약 31.9% 늘었으나, 경쟁사와 비교해 큰 폭의 성장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 기간 고퀄이 운영하는 헤이홈 앱 사용자 수(10월 기준 64만3417명)는 39.1% 증가했고, 구글 홈 앱 사용자 수(10월 기준 59만7700명)도 37.0% 올랐다.
LG전자의 올 3분기 가전 사업(공조 포함) 매출은 8조7476억원으로, 경쟁사인 삼성전자(6조6250억원)보다 약 2조원 많다. 그러나 씽큐 앱 사용자 수는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삼성전자 스마트싱스 앱(1029만2447명)과 비교해 4.5배 정도 차이가 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한 여파가 가전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며 “LG전자의 AI 홈 전략은 갤럭시(삼성전자 스마트폰 브랜드) 사용자를 통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삼성전자와 다르고, 자체 가전 생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플랫폼 기업과도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가 지난 2023년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서 가전 제어 앱 ‘씽큐’를 이용해 타사 가전을 동작하고, 타사 스마트홈 플랫폼을 통해 LG 가전을 작동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LG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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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앳홈 인수로 ‘연결성’ 강화… 오픈AI ‘두뇌’ 장착
LG전자의 AI 홈 허브 변경은 작년 7월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 ‘앳홈’(Athom)의 지분 80%를 인수하면서 구체화했다. 앳홈 스마트홈 솔루션 ‘호미’(Homey)는 약 5만종의 가전·IoT 기기와 호환이 가능하다. 또 와이파이(wi-fi)·블루투스(Bluetooth)·지웨이브(Z-Wave)·매터(Matter)·쓰레드(Thread) 등 다양한 연결 방식을 지원해 확장성도 높다. 씽큐 온에는 앳홈의 이런 개방형 생태계가 적용돼 있다. 정기현 LG전자 플랫폼사업센터 부사장은 앳홈 인수 당시 “앳홈 인수는 AI 홈 사업의 초석”이라며 “개방형 생태계와 연결성을 바탕으로 외부 연동 서비스를 확대하고, AI 가전과의 시너지를 통해 고객에게 다양하고 입체적인 공간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또 씽큐 온에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거대언어모델(LLM) ‘GPT-4옴니(4o)’를 기반으로 개발한 AI 에이전트 ‘퓨론’을 적용해 차별화를 꾀했다. 미래(Future)와 뉴런(Neuron)의 합성어인 퓨론은 신경망과 같이 고객의 일상 경험·공간·미래를 연결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AI 홈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기술을 확보하면서 스피커 중심의 새로운 연결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 셈이다.
LG전자는 이와 함께 캘린더·교통·쇼핑 같은 다양한 앱과의 연동으로 서비스 편의성을 높였다. 캘린더 앱을 통해 일정을 체크하고, 약속 시간에 맞춰 택시를 호출하는 식의 서비스 구현이 가능한 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씽큐 온이 상황을 판단해 건조기 작동 종료 여부를 물어보고, 취침 모드에 맞춰 다른 가전의 전원을 끄거나 절전 모드로 설정하는 식의 기능도 구현했다”고 말했다.
에어컨·TV·냉장고·정수기·스마트커텐·스마트조명 등 다양한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기가 LG전자 AI 기술로 연결된 모습./LG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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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24만6000원에 씽큐 온을 내놓으면서 4만원에서 51만3000원까지 다양한 IoT 기기를 함께 출시했다. 와이파이나 리모컨으로 연결되는 가전이라면 ‘씽큐 온’과 결합해 AI 홈 생태계에 포함할 수 있는 셈이다. AI 기능이 없는 에어컨에 재실 센서를 연결하면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해 풍량·방향을 조절하는 식이다.
LG전자가 3단계 진입을 선언한 AI 홈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인사이트에이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계 AI 기반 스마트 홈 시장은 작년 153억달러(약 22조 4145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올해부터 연평균 21.3% 성장해 2034년에는 1041억달러(약 152조506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AI 홈의 3단계 전략을 안착한 후 사용자의 명령 없이도 AI가 스스로 판단해 여러 기기와 서비스를 통합 관리하는 ‘자율형’(4단계)로 발전시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단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정두용 기자(jdy2230@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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