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간호사와 간병인들이 환자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승환 기자] |
금융당국의 자제령에 잠잠해졌던 간병인보험 출혈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간병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주요 보험사들은 손해율 급증에도 간병인 사용 시 지급하는 보험금 한도를 재차 상향하는 모양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손해·생명보험사들은 건강보험 내 간병인 사용일당 특약 최대 보장 한도(성인·일반병원 기준)를 20만원까지 상향했다. 간병인 사용일당은 입원 기간에 간병인을 고용하면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특약이다.
먼저 메리츠화재가 이를 기존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상향하자 DB손해보험이 20만원까지 높였다. NH농협손해보험, 흥국생명, 푸본현대생명도 일부 특약에 한해 20만원을 제공한다.
계약상 보장 한도가 15만원이더라도 상급종합병원 간병인을 이용하면 추가로 5만원이 더해지는 특약을 운영 중인 보험사도 적지 않다. 심지어 체증형으로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최대 40만원까지 보장해주는 특약도 있다.
앞서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출혈 경쟁 자제령에 올해 초 간병일 사용일당 최대 한도를 줄여왔다. 일부 보험사의 간병보험 손해율이 최대 400%에 육박하는 등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구 고령화로 인해 고성장하는 간병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에 출혈 경쟁을 감수하는 모습이다. 2008년 3조6000억원에 불과했던 사적 간병비는 2018년 8조원, 2024년 11조4000억원으로 급증세다.
간병인이 환자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 = 뉴스1] |
서울간병인협회에 따르면 하루 평균 간병인을 사용하는 비용은 12만~14만원이다. 현재 보험사가 지급하는 최대 한도(20만원)를 기준으로 보면 가입자 입장에선 6만~8만원의 차액이 남는 셈이다.
간병비 특약은 실제 가입자가 지불한 돈과 상관없이 정액으로 보험금을 받는다. 이에 최근 대중화 중인 간병인 플랫폼을 통해 가족·지인을 간병인으로 등록하고 손쉽게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예실차 악화가 손해율을 끌어올리는 셈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령자 증가로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지만,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장기 청구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상품의 보장금액한도 산정 가이드라인’ 연장을 예고했다. 지난해 금감원은 보험사 간 간병보험 경쟁이 절정에 달하자 “담보의 한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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