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일러트스. 김상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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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 장애인 수용자를 위한 대변기나 손잡이 등 필수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건 차별행위라는 법원 판결이 확정됐는데도 법무부가 “장애인 수용자들에게 배상 신청을 안내해달라”는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모든 수용자가 같은 피해를 입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1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8월 법무부 국민신문고에는 “장애인 차별 피해를 입은 수용자에게 국가배상신청을 안내해달라”는 민원이 접수됐다. 장애인 수용자 A씨가 낸 소송에서 ‘교정시설에 필수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은 건 장애인 차별’이라는 판결이 확정됐고, 이에 따라 다른 수용자들에게도 ‘배상 신청이 가능하다’고 알려줘야 한다는 요구다.
팔다리가 마비된 중증 장애인 A씨는 2015년부터 순천교도소에 수감됐는데,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이 따로 없어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모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지 못해 거실에서 떨어진 다른 화장실을 이동하는 등 기본적 생활에 있어 상당한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며 “인격적 회의, 모멸감을 느꼈을 것임이 경험칙상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정부 측이 상고를 제기하지 않아 판결은 지난 8월29일 확정됐다.
국가배상법 12조는 ‘손해배상의 원인을 발생하게 한 소속 기관의 장은 피해자나 유족을 위해 배상 신청을 권장해야 한다’고 정한다. 법원 판결이 배상신청 안내로 이어진 선례도 있다. 대법원은 2023년 10월 지적 장애인이 돈을 인출할 때 반드시 창구에 가야 하고, 액수가 클 때는 한정후견인과 동행해야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과거 우체국 은행 규정이 “장애인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같은 해 10월 우정사업본부는 홈페이지 등에 “대법원 판결에 따라 국가배상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올렸다.
우정사업본부가 2023년 12월 우체국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지한 국가배상신청 안내문. 우정사업본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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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법무부는 “A씨의 소송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해도 교정시설 내 편의시설이 설치되기 이전에 해당 시설에 수용됐던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손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배상신청 안내를 거부했다. 이어 교정시설마다 구조와 노후 정도, 장애인 수용자의 거동 여부가 달라 “교정시설 내 편의시설 미설치로 손해가 발생했는지는 구체적 사안별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민원을 접수한 최정규 변호사는 “사례별로 손해가 인정되는지는 배상 심의회가 따져볼 문제이지, 법무부가 배상 안내를 거부할 사유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A씨의 경우에도 손해와 관련해 별도 입증이 없었지만 법원은 경험칙상 정신적 손해를 인정했다”면서 “그런데도 ‘다른 장애인 수용자가 손해를 입었는지 단정할 수 없다’는 법무부의 답변에는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배상을 안내하면 법무부가 (수용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손해를 발생시켰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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