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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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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의료 붕괴는 시스템의 실패…공공의대·공공병원, 근본 해법 못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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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의료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해법 모색' 포럼

    지역병원, 인력·시설·재정 악순환에 갇혀

    국내 현실에 맞는 제도 설계·'핀셋형' 집중 지원 필요

    지역의료 붕괴는 수도권 중심 정책과 지역 의료체계 미비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이며, 건강보험을 기반으로 한 기존의 의료정책 틀에서 벗어나 다층적 차원의 지역의료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아시아경제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지역의료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해법 모색'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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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지속가능한 지역의료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해법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포럼을 열고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조희숙 강원특별자치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강원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은 "지역병원은 중증환자를 최종 치료할 역량이 부족한데다 인구 감소와 진료량 중심의 수가체계, 의료인력의 지역 이탈이 맞물리면서 인프라를 갖춘다 해도 곧 경영난에 빠진다"며 "결국 환자와 의료 공급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집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로 인해 지역병원에는 환자가 없고, 환자에게는 병원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조 단장은 "지역의료 붕괴는 단순히 의사 수 부족의 문제가 아닌 의료시스템의 실패"라며 "압축 성장기에 전국 단일 틀로 설계된 정책과 행위별 수가 중심의 보험 구조, 수도권 중심 개발, 광역 교통망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다층적·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시장 논리에 방치돼 고사한 취약지에는 일회성 사업비나 단순 수가 가산을 넘어 핀셋형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환자의 의료이용 체계를 재설계하고 지역의 진료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인력·시설·재정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봉식 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미국·일본·독일·영국 등 주요 국가의 지역의료 정책 사례를 통해 "지역의료 문제를 갈등의 소재가 아닌 '지속 가능한 의료 체계로 나아가기 위한 공동 과제'로 인식하고, 다층적·균형 잡힌 정책 논의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 전 원장은 "선진국들은 재정 인센티브, 지역 의무복무, 임상교육 강화, 비(非)의사 인력 활용, 원격의료 등 복합적인 정책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전체적인 의료 수준은 높지만 지역 간 의료 격차와 치료 가능 사망률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논의 중인 단순한 공공의대·공공병원 확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지역정원제, 원정진료 지원, 지역 수련 강화 등 국내 현실에 맞는 제도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박은철 의학한림원 부원장(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공공의대를 통한 지역의사 정책이 근본적 해법이 될 수는 없다"고 봤다. 지역 간 의료 불균형과 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공공의대 설립이 거론되고 있지만 지역인재전형,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시니어 의사 지원사업, 공중보건의사제도 등 기존의 정책과 비교했을 때 비용, 효과, 시기적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박 부원장은 "지역의료 회복을 위해서는 진료권 설정 및 개입, 환자이송체계 개선, 지방 상급종합병원의 지역의료 책임성 강화, 정보지능기술 활용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성 의학한림원 정책개발위원장(충북의대 의료정보학및관리학 교수)은 "지역에 병원이 없다고 병원을 짓거나 의사를 채용하겠다고 고집할 일이 아니라 지역 단위로 부족한 특정 진료과의 시술이나 의료행위 서비스를 정밀하게 분석해 중진료권, 소진료권 단위까지 촘촘하게 지역 맞춤형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승연 전 성남·인천의료원장(영월의료원 외과 교수)은 "지역의료 생태계 구축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공의료기관 강화와 이들의 연계·협력 체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며 "권역책임의료기관(국립대)과 지역책임의료기관(지방의료원)의 기능 확충, 공공의료 거버넌스 강화를 위한 지원, 국립대의 보건복지부 이전, 교수 정원 확충, 경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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