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 방통대 교수 "제작 경쟁력만으로는 글로벌 IP 경쟁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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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13일 서울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진행된 'K-콘텐츠 IP 주권 회복과 국가 전략' 세미나에서 '한국판 케데헌의 조건: 한국형 IP 비즈니스를 위한 전략과 정책'이란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그는 "과거에는 한국 콘텐츠를 만드는 주체나 유통사가 모두 국내 기업이었기 때문에 권리 관계가 복잡하더라도 IP만큼은 한국에 남는 구조였다"며 "지금은 글로벌 OTT를 중심으로 미디어 환경이 변화됐고 제작 주체에서 합리적 선택을 한 결과로 IP 소유권이 해외에 계속 이전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의식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오징어게임' 시리즈와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테스' 사례를 거치며 서서히 변화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OTT 작품이 흥행할 초창기만 해도 'IP가 남의 것이어서 아쉽다'는 수준이었지만 올 들어 케데헌 흥행 이후엔 산업계가 직접 나서 '사업 기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IP를 단순한 저작권 묶음이 아니라 브랜드·팬덤·장기 파이프라인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팬덤 기반 소비가 늘면서 IP의 경제적 무게 중심이 1회성 수익에서 장기 관여도로 이동했지만, 한국 제작사는 이런 IP 비즈니스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제작 경쟁력은 높지만 부가가치를 국내에서 회수하는 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례도 거론됐다. 국내에서 일정 부분 IP를 확보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흥행까지 이뤘지만 시즌2 제작·웹툰·MD 등 후속 확장에서 기대만큼의 수익성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우영우조차 이런 상황이라면 제작사들이 IP 확보 대신 안정적인 수익을 택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구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의 제작위원회 모델과 라이선싱 생태계도 비교됐다. 일본은 출판·완구·애니·방송 등 다양한 주체가 결합해 IP를 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캐릭터 중심의 영유아 라이선싱에 편중돼 있고 중간 허브 역할을 하는 사업자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정책 대응도 과제로 남았다. 그동안 표준계약서·추가보상권 등 제도 논의가 이어졌지만 더 큰 핵심 문제는 국내 제작 재원 축소로 꼽힌다. 최근 조성된 'K-콘텐츠 미디어 전략펀드'가 IP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이 될 수 있으나 자금 조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확장·라이선싱까지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교수는 "한국이 제작 경쟁력만으로는 글로벌 IP 경쟁에서 지속하기 어렵다"며 "기획 단계에서부터 IP 확장 전략을 설계하고 제작사·OTT·스튜디오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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