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철강업체가 이번엔 저가 냉연강판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1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은 반덤핑 관세로 열연강판 수출이 힘들어지자 열연에서 한두 단계 공정만 거치면 만들 수 있는 냉연강판과 풀하드(Full Hard)로 품목을 바꿔 한국에 수출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7월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최대 33.57%의 반덤핑 관세 예비판정을 내리고 9월 23일부터 이를 시행하자 규제를 우회하는 일종의 꼼수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유럽연합(EU)의 고율 관세와 업황 부진으로 이중고를 겪는 상황에서 대중 반덤핑 조치마저 무력화되자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풀하드는 열연강판을 압연해 얇게 만든 냉연 전 단계 반제품으로, 이를 한 번 더 압연하면 냉연강판이 된다.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국산 냉연강판(풀하드 포함) 수입량은 22만5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만3000t 대비 37.8% 증가했다. 올해 8~10월 월평균 수입량은 약 7만5000t으로 2024년 월평균 수입량을 40% 이상 웃돌았다.
중국산 저가 열연강판이 대량 유입되면서 가격 경쟁력 약화와 수익성 악화를 겪어온 국내 철강업계는 반덤핑 조치 이후에도 여전히 중국산 공습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초반엔 반덤핑 조치가 반짝 효과를 보였지만 지금은 중국의 '꼼수'로 사실상 무용지물인 상황"이라며 "정부가 하루빨리 우회 덤핑을 원천 차단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철강업계의 우회덤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4월부터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자, 중국 철강업체들은 일반 후판 표면에 녹 방지 페인트를 칠해 '컬러 후판'으로 둔갑시킨 뒤 한국에 수출하다 관세청에 적발된 바 있다. 형강에 대해서도 철판을 덧대는 등 재가공해 품목 코드를 바꾼 뒤 우회 수출을 시도한 사례가 있다.
[정지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