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금·정상화에 5조 필요⋯원매자는 자금력 '역부족'
회생절차 밟는 동안 재무상황 더 악화⋯"운명의 기로"
13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전기요금 등 약 920억원의 판매관리비를 체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자금난으로 7~8월 전기요금도 체납했었는데, 그중 7월분은 납부했지만 8월분부터 다시 체납 중이다. 지난 3월 기업회생 절차 신청 이후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한 데다 정산 주기도 짧아져 유동성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사진=아이뉴스24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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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를 우려해 선제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았지만, 급속도로 유동성이 얼어붙으면서 M&A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홈플러스를 인수하려면 법원이 인정한 청산가치(3조6800억원) 이상을 제시해야 한다.
여기에 정상화를 위해선 2조원 안팎의 투자가 요구된다. 지난해 말 기준 홈플러스가 1년 이내 갚아야 할 유동부채는 2조6499억원에 달한다. 반면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약 8578억원에 그친다.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가 자산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이다. 당장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인 당좌자산은 약 4080억원에 그친다. 단기 지급능력인 유동비율은 32%에 그친다.
만성 적자로 현금을 벌어들이지도 못해 유동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홈플러스를 품으려면 최소 3조7000억원에서 정상화까지 5조원 안팎의 자금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들의 자금 여력은 연 매출이 최대 100억원 안팎에 머무르는 중소기업으로, 자금 조달 능력이 여의찮다는 평가다.
홈플러스를 인수하겠다고 의향을 밝힌 곳은 인공지능(AI) 핀테크 기업 '하렉스인포텍'과 부동산 임대·개발 업체 '스노마드' 두 곳이다. 하렉스인포텍과 스노마드는 오는 11월 21일까지 예비실사를 진행한 뒤 26일 오후 3시까지 최종 입찰제안서 제출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하렉스인포텍은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으며, 스노마드 역시 부채비율이 700%를 웃돌고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1조원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업계는 양사의 M&A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본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원매자들의 접근은 실사를 통한 자산 구조 확인 등 전략적 검토 성격이 강하다"며 "인수 의지가 존재하더라도 실제 거래까지 이어지기에는 여러 제약이 있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홈플러스가 위메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수익이 나지 않는데 매달 임대료와 인건비로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적절한 인수의향자를 찾기 위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제출일을 29일로 늦췄으나, 회생절차가 개시되는 동안 재무 상황이 악화했다는 점에서 위메프와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10일 위메프에 파산을 선고하면서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채무자는 별다른 영업을 하지 못했고, 재무상황은 더 악화했다"며 "지급불능 내지 채무 초과의 파산 원인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적절한 인수의향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M&A 시장에서 홈플러스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별다른 자구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홈플러스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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