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점령지서도 '러 애국 교육'…3년 만에 예산 14배 늘어
러시아 남부 돈강에서 군사 훈련중인 러시아 어린이들 |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러시아 10대 교육 과정에 무기 훈련을 포함한 군사교육 비중이 확대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 정부 당국자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10대들은 8학년(한국 기준 중학교 2학년)이 되면 '무기 훈련'이 선택 과목에서 필수 과목이 된다. 이 수업에는 드론조종법, 칼라시니코프(AK) 소총 조립법, 군대 규율 등이 포함된다.
저학년까지 보급되는 새 역사 교과서에는 서방을 러시아의 적으로, 우크라이나를 그 대리인으로 묘사하는 내용이 담겼다.
11학년 교과서는 미국이 전쟁 개시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영토에 비밀 생물학 실험실을 세웠고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지원을 받아 핵무기를 개발 중이었다고 기술했다.
무기 훈련의 선생님은 현역 군인들이다. 이들은 청소년들에게 직접 총기 다루는 법과 방어법을 가르쳐주기 위해 학교를 드나든다.
새 교육과정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도 시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에서 우크라이나어로 만들어진 책들은 압수·파기 대상이고 우크라이나 역사 수업도 사라졌다고 WSJ이 거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러시아 청소년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군 복무를 유도하는 교육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 이미 구상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숙원이었다.
실제로 러시아 초·중등 교육 과정의 군사 교육화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시작됐고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속도가 붙었다. 애국 교육 예산도 2021년 35억 루블(약 630억원)에서 2024년 500억 루블(약 9천억원)로 약 14배로 급증했다.
이런 교육 시스템은 러시아 내부에서 학부모들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많은 교사와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군사 교육에 노출되면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에 의문을 제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해외에서 살고 있는 러시아 교육 전문가 디마 지체르는 WSJ에 "손에 소총을 쥐여 주며 '푸틴은 우리의 자존심이다'라고 가르쳐 준 아이들은 '지금이 틀렸어'라고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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