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한화오션 국회서 군함 MRO 투자 한계 호소
“MRO 시설 여력 없어…안정적인 일감 확보 불투명”
“연간 단위 美 군함 MRO 계약 보장 협력 맺어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을 방문해 미국 해군 7함대 급유함 유콘함에 대한 유지보수운영(MRO) 작업 현장을 시찰하는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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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일환으로 조선사와 지자체들이 앞다퉈 뛰어들었던 미국 군함 유지·보수·운영(MRO) 사업을 둘러싸고, 최근 업계에서 사뭇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여러 경쟁국이 뛰어들어 일감 확보가 불투명한 미국 군함 MRO 시장 특성상 국내 업체들 역시 시설 투자 등에 공격적으로 시설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美 군함 MRO 사업, 도크 없어 못해…투자도 어렵다”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용원 의원실 주최로 열린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따른 한미조선해양협력’ 세미나에서 (왼쪽부터) 천정수 HD현대중공업 전무, 문근식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최지웅 한양대 ERICA 한양국방연구원장, 김대식 한화오션 MRO 총괄, 신영균 한국메이드 전무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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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측은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따른 한미조선해양협력’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은 취지로 발표했다.
양사는 올해 미국 MRO 시장에 진출해 각각 수주 성과를 내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6월 미국 해군 수지원함 ‘윌리 쉬라함’ 전면 정비를 마치고, HD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미군 해군 7함대 소속 군수지원함 ‘앨런 셰퍼드함’ 정기 정비 사업을 따냈다.
다만 물리적인 생산 시설 등의 한계로 군함 MRO 사업 비중을 당초 목표했던 수준만큼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호소가 나왔다. 김대식 한화오션 MRO 총괄은 “한화오션이 벌써 4번째 미국 군함 MRO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조선소 도크 용량이 부족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미국이 원하는 정비 시설을 우리도 충분히 제공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애초 생각했던 목표보다 수용할 수 있는 (MRO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군함 MRO 사업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아, 전용 시설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다. 천정수 HD현대중공업 전무도 “군함 MRO 사업 물량이 지속적으로 확정돼야 시설 투자나 자동화, 인력 양성도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사업 수주가 계속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도크를 계속 비워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선업 호황으로 국내 조선사 도크에 수년치 일감이 몰려있는 상황에서, 간헐적으로 들어오는 군함 MRO 사업에 대비해 도크를 비워놓거나 시설 투자를 선제적으로 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업 투자도 회수 희망 있어야”…조선사들 호소
HD현대중공업이 MRO 진행할 미 해군 7함대 소속 ‘USNS 앨런 셰퍼드’함(출처: 미 해상수송사령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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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군함 MRO 시장은 일본, 싱가포르 등 이미 많은 경쟁국이 뛰어든 상황인만큼, 보다 독점적인 협력 관계가 필요하다는 언급도 나왔다. 일례로 지난 3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양사는 지난 3월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1척에 참여했으나, 싱가포르 업체가 선정되며 나란히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단일 선박에 대한 정비 사업이었던만큼 기술력보다는 낮은 가격이 중요해 국내 업체들이 밀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천 전무는 “기업도 투자금을 어떻게 회수할 수 있는지가 보여야 투자를 할 수 있다”며 “한국이 미국 군함 MRO를 독점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향으로 마스가 협상을 이끌어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조선 업계에 따르면 외국에서의 함정 건조를 규제하는 반스-톨레프슨법 등 미국 현행법상, 현재 해외 업체들은 MRO 계약 때도 단일 사업별로만 계약을 맺는 한계가 있다. 이 대신 연간 단위로 독점 계약을 맺어 국내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일감을 확보할 수 있도록 미국 측 승인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대→중소 상생 MRO 사업…10억당 3.2명 고용 효과
미국 군함 MRO는 한미 조선협력 중에서도 가장 국내 산업계가 폭넓게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사업이다. 미국 군함 MRO는 직접 건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해 국내에서 추진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외 직접 투자가 어려운 중소 조선사 및 지역 업체들도 뛰어들기 상대적으로 유력하다.
한화오션은 윌리 쉬라함 MRO 과정에서 지역업체 10여곳과 함께 경남에서 함정 정기 수리 및 정비를 진행하기도 했다. HJ중공업도 지난 7월 부산·경남 조선 및 기자재 기업 10곳과 ‘MRO 클러스터 협의체’를 출범시켜 향후 사업 입찰과 수행에 협력하기로 했다.
군함 MRO는 일자리 창출 효과 역시 크다. 군함 MRO에선 대기업이 군함 부품을 교체하면 하청 업체는 세부적인 정비를 맡는 식으로 협력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방위산업학회에 따르면 함정 MRO 사업은 10억원당 3.2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중소 조선사는 대형 조선사 대비 상대적으로 도크 여유가 있고, MRO은 대형사의 기술력만큼 중소형사의 기자재 조달도 중요해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비즈3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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