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강자' 압박에 3500억달러 투자…안전장치로 리스크 줄여
핵추진잠수함·우라늄 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발판 마련
한국과 미국의 무역·통상 및 안보 협상이 관세협상 타결 107일 만에 드디어 종지부를 찍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월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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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헌일 기자] 한국과 미국의 무역·통상 및 안보 협상이 관세협상 타결 107일 만에 드디어 종지부를 찍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했지만 핵심 산업 관세 타격을 완화하고 핵추진잠수함(핵잠)과 우라늄 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등의 추진 발판을 만들었다. '절대 강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주고 받는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국익 중심 실용외교라는 기조를 선명히 보여준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접 브리핑에 나서 "지난 두 차례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합의한 내용이 담긴 공동설명자료, 조인트팩트시트 작성이 마무리됐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주요 합의 내용과 함께 그간의 소회도 밝혔다.
먼저 주요 산업 관세는 현재 부과 중인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 목재 제품은 15%로 조정하고, 향후 부과가 예고된 의약품도 최대 15%를 적용하기로 했다. 반도체는 사실상 주요 경쟁 대상인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최혜국 대우를 이끌어냈다. 지난 7월 협상 타결 당시 포함되지 않았던 항공기 부품, 제네릭 의약품, 일부 천연자원 등에 대한 관세 폐지도 얻어냈다.
대신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업 펀드와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향후 양국 간 MOU를 통해 명문화할 예정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한국도 피하지 못한 셈이다.
다만 대미 투자는 연간 200억달러 자금조달액 상한을 설정하고,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될 경우 한국이 자금 조달 규모 및 납입 시기 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안전장치를 다수 반영했다. 앞서 협상을 타결한 일본과 비교해 미-일 합의에 들어있는 안전장치는 모두 반영하고, 한국만의 안정장치를 추가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안보 분야에서는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요구하고 있는 국방비 인상을 받아들였다. 공동설명자료에 "이 대통령은 가능한 한 조속히 한국의 법적 요건에 부합하게 국방비 지출을 GDP의 3.5%로 증액한다는 한국의 계획을 공유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환영했다"는 문구를 명시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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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반도 방위 역량 확대를 위한 숙원 사업인 핵잠 건조 승인을 이끌어냈다. 아울러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로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확보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핵잠은 한때 어디서 건조하느냐 문제가 제기된 적 있지만 우리 입장을 (미국 측에) 설명했고, 반영이 됐다"며 "물론 작업을 하다보면 어떤 부분에서는 협업이 필요할 수 있지만 핵잠 자체를 어디서 짓느냐는 한국에서 짓는 것을 전제로 대화했다"고 설명했다.
핵잠에 탑재하는 소형 원자로에 대해서도 "대부분 우리 기술로 할 수 있다고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결국 무역·통상과 안보 분야 모두 지난 경주 회담 직후 한국 정부가 발표한 주요 내용이 대부분 그대로 공동설명자료에 담겼다. 관세협상 타결 이후 107일, 지난달 경주 회담 당시 합의 사실을 발표한 뒤로도 미국 측에서 추가 협의를 요구하면서 문안 완성까지 16일이 더 걸렸지만 결국 핵심 사안에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냈다.
능수능란한 압박과 돌발 언행으로 예측불가라는 평가를 받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양보할 건 양보하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필요한 것들을 얻어낸 모양새다. 이 대통령이 대외 기조로 천명한 국익 중심 실용외교라는 원칙을 국운이 달린 협상에서 지켜낸 셈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추가로 새롭게 얻어내기 위한 능동적·적극적 협상을 하는 게 아니고, 상대의 요구에 의해, 국제질서 재편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손실을 최소화해야 되는 일종의 비자발적 협상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가진 최대의 무기는 버티는 것이었다"며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우리의 유일한 힘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불가피하고도 유일한 조치였다"고 협상 과정을 돌아봤다.
또한 "국제사회는 법적인 강제 규범이 사실상 없다"며 "영원한 친구도, 우방도 없는 세계에서 힘이 관철되는 이런 협상을 할 때마다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나 국가 역량을 최대한 키워야 우리 국익과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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