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확산해야"
13일 경기 부천시 전통시장에서 트럭을 몰다 21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는 60대 운전자가 1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인천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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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시 전통시장에서 1톤 트럭을 몰다 21명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는 60대 운전자가 구속됐다. 고령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사고가 잇따르는 데 제도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부천지원 이기홍 당직판사는 전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를 받는 A(67)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판사는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뒤 "범죄 혐의 중대성에 비춰 보면 도주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 13일 오전 10시 54분쯤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1톤 트럭을 몰다 보행로로 돌진해 60, 70대 여성 2명을 숨지게 하고 19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의 차량은 2m가량 후진한 뒤 130여m가량 질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A씨는 영장실질심사 직전 취재진의 질문에 “모야모야병이 너무 심하고 기억이 흐릿하다”며 “60년 평생 생선밖에 팔지 않았고, 빚이 있어 4시간 이상 자본 적 없이 일하다 보니 몸에 병이 들었다”고 말했다. 모야모야병은 뇌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지는 희귀 질환으로, 뇌출혈·마비·감각 이상·발작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경찰은 A씨 차량에 설치된 ‘페달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했는데, 여기에는 사고 당시 A씨가 제동 페달이 아닌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영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내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 사건을 부천 오정경찰서에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관해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13일 오전 10시 55분쯤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트럭이 보행로로 돌진해 21명의 사상자를 내고 상점을 들이받았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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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고령 운전자의 자동차 페달 오조작 사고는 최근 잇따르고 있다. 국과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감정한 급발진 주장 사고 401건 중 341건(85%)이 가속 페달 오조작으로 판정됐다. 관련 사고 사망자도 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 기록을 보면,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와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22년 3만4,652건(사망 735명), 2023년 3만9,614건(745명), 2024년 4만2,369건(761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노인 연령을 현행 만 65세에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연령 기준으로 획일화해 면허를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65세 이상이면 통계적으로 기기 조작 판단 능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다만 개인 지병에 대한 부분이 페달 오조작을 유발할 수 있어 맞춤 운전면허 반납 제도 시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신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장착 확산이 대책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는 이 장치를 의무화하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4일 입법예고했다. 의무 장착은 2029년 1월 1일부터 제작·수입하는 승용차부터 적용된다. 또 2030년 1월 1일부터는 3.5톤 이하 승합·화물·특수차 신차에도 적용한다.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는 차량이 정지한 상태에서 전방과 후방 1~1.5m 범위에서 장애물을 감지할 때 운전자가 급가속으로 페달을 조작하면 출력을 제한하는 장치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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