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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프리미엄 투자 정보 접근권 확대"...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는 주식시장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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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어디나 누구나 생성형AI
    투자 강연 발품 대신 AI로 종목 선택
    정보 수집·번역·분석 시간 90% 절감
    '어디에 투자할까' '언제 사고 팔까'
    시장 이해도 높여 투자 결정에 도움
    "AI 도입 이후 수익률 7~15% 향상"

    편집자주

    오픈AI가 챗GPT를 발표한 지 벌써 3년이 됐다. 생성형AI는 익숙했던 일상과 산업 현장을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으로 빠르게 바꿔가는 중이다. 한국일보는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 놀라운 변화들을 공유하고, 차세대 AI 기술이 보여줄 미래 모습을 전망해보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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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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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어떤 종목을 사야 될까.' 요즘 같은 상승장에서도 자신이 산 종목만 안 오르는 개인 투자자들에겐 숙명 같은 질문이다. 요즘은 그 답을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찾는 투자자들이 늘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투자 종목 발굴에 생성형AI를 적극 활용 중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발품 팔면서 투자 강연을 들으러 다녔지만, 이제는 AI로 종목을 고른다.

    이를테면 AI를 활용해 반도체 장비 회사들 중 삼성전자 매출 비중이 높고 상대적으로 노출이 많은 업체들을 추린 후, 보고서에 나온 투자 지표까지 단숨에 분석하는 식이다. A씨는 이 방법으로 일주일에 3시간 이상 걸렸던 자료 수집·분석을 20분 만에 끝낸다. 시간과 노력을 90% 가까이 절감한 것이다.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해외 시장 정보를 수집·번역·분석할 때 큰 도움이 됐다. AI로 고른 종목들 수익률은 시장 평균을 훌쩍 넘는다.

    미국선 개인 투자자 절반가량이 AI 활용


    투자에 AI를 활용하는 이들이 늘면서 투자 지형이 바뀌고 있다. 생성형AI는 정보 수집·분석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절감시켰고, 개인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정보까지 망라한 AI 서비스도 출시됐다. 개인이 좋은 정보를 얻기 불리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려온 투자 환경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앞다퉈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 서비스를 출시해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대 연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개인 투자자 2,175명 중 절반에 가까운 47.2%가 '재무 정보 처리나 투자 의사결정에 생성형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주로 기업·산업 간 비교, 실적 발표 내용이나 애널리스트 보고서 요약에 생성형AI를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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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성형AI '퍼플렉시티'가 제공하는 재무 서비스의 메인 화면. 상단 검색창에는 기업 정보가, 하단 대화창에는 주요 검색 예시들이 표시돼 있다. 퍼플렉시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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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예 투자 전용 서비스를 출시한 AI 모델도 있다. '퍼플렉시티'는 지난해 10월 재무 서비스를 도입해 미국과 인도 시장을 다루고 있다. 재무탭 대화창에는 'AI 중심 테크주 투자 전략' 'S&P500 선물 변동성과 시장 전망' '미국 부동산 투자 유망 도시' 같은 예시가 제시된다. '시장 가치 2조 달러 초과 종목 중 P/E비율(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 내림차순 정렬'처럼 명령도 내릴 수 있다. 퍼플렉시티는 "기관들 사이에서 유료로 유통되는 프리미엄 투자 정보의 접근권을 일반 투자자에게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NH투자증권이 미국 AI 스타트업과 협업해 '터미널X' 서비스를 내놨다. 미국 뉴욕 월가에 제공되는 고급 데이터에 SEC 공시, 검증된 뉴스, 온라인 커뮤니티 데이터까지 추가 분석해 투자자들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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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H투자증권이 제공하는 대화형 AI 투자 에이전트 서비스 '터미널X'의 초기 화면. 나무증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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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 서비스는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는 물론,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언제 사고, 언제 팔 것인가'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토스증권의 'AI시그널'은 AI 기술로 시장 변동의 원인을 분석·요약해준다. 코스피가 왜 급락하는지, 로봇 관련주가 왜 급등하는지에 대해 방대한 정보를 비교·검증해 신뢰도 높은 분석을 보여준다. 하나증권은 9월 업계 최초로 AI가 개별 종목의 투자심리를 점수화해서 보여주는 '공포탐욕시그널'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주로 증권 방송에서 전문가들이 매수·매도·추매·손절 시점을 상담해주던 차트 분석 역시 AI의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다.

    최종 판단은 어디까지나 사람 몫


    알고리즘 매매 방식으로 안정적 수익률을 지향했던 '로보 어드바이저'도 AI를 만나 고도화하고 있다. 업계에선 AI 도입 이후 머신러닝 예측 모델의 정밀도가 25% 이상 향상됐고, 이에 따라 수익률 역시 7~15% 상승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개인 투자자들의 허들을 낮춰주고는 있지만, 최종 결정은 어디까지나 사람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5년 후엔 투자금 규모와 투자 기간, 자금 마련 목적 등을 입력하면 AI가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매수·매도 주문까지 해주는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다"면서도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등 예측이 힘든 변곡점에선 AI의 분석 영역을 넘어서는 '투자 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만큼, 투자자들은 AI를 활용해 스스로 투자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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