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 고령 운전자 스티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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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친 경기 부천 제일시장 트럭 돌진 사고의 운전자가 60대 후반 연령에 희귀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위험 운전자 면허 관리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운전자의 건강 상태에 초점을 맞춘 촘촘한 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16일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13일 오전 부천 제일시장에서 1t 트럭을 운전해 21명의 사상자를 발생하게 한 운전자 김모(67)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김씨는 전날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을 앞두고 취재진에게 “모야모야병이 심해 기억이 들었다 나갔다 한다”고 말했다. 모야모야병은 뇌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지는 희귀성 질환으로, 뇌출혈·마비·감각 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사고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또 60대 운전자냐” 등 고령 운전자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목동 깨비시장 승용차 돌진사고 운전자가 수사 과정에서 치매 환자임이 드러나는 등 나이보다 운전 능력과 직결된 건강상태나 질환 여부를 관리할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기 부천 제일시장에서 트럭 돌진사고를 낸 김모(67)씨가 지난 15일 오후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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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로 분류된 교통사고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SS)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 가해 교통사고는 지난 2022년 3만4652건(전체 교통사고 중 17.6%)에서 2023년 3만9614건(20.0%), 지난해 4만2369건(21.6%)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한 사고 사망자도 735명→745명→761명으로 매해 늘었다.
다만 실제 운전 능력은 운전자의 연령보다 건강 상태가 좌우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3월 ‘운전면허 관리 제도개선 방안’을 의결하고, 보건복지부·국토교통부·경찰청 등 3개 기관에 오는 12월 말까지 조치하라고 권고했다. 연령을 기반으로 한 현행 운전면허 취득·갱신 체계를 실제 운전능력 기반으로 개선하라는 취지다.
권익위는 “연령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개인별 운전 능력을 쉽게 추단할 수 없다”며 “실제 운전 능력은 건강 상태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령과 무관하게 신체 능력 저하, 인지기능 장애 등 고위험 운전자를 걸러낼 수 있도록 1~2년 주기로 진행하는 국가건강검진 결과를 활용한 ‘상시 적성검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면허 제도에 따른 1종 보통 적성검사는 일반 운전자인 경우 10년, 65세 이상은 5년, 75세 이상은 3년에 한 번 주기로 받아야 한다. 2종 보통은 별도 신체검사 없이 10년 주기로 면허를 갱신할 수 있고, 70세 이상인 경우에만 시력검사를 한다. 신체·정신 질환에 따른 고위험 운전자 관리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지난해 7월 3일 오후 도로교통공단 대전운전면허시험장에서 열린 만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 의무교육. 중앙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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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단순히 운전자의 나이에 국한할 게 아니라 신체·정신 질환 및 법규 위반 전력 등을 통틀어서 고위험 운전자를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운전자의 질환은 사고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며 “질환, 복용하는 약 등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와 연계해 운전면허 수시 적성검사를 한다면 고위험 운전자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권 교통안전연구교육원장도 “신체가 건강한 어르신보다 운전 불능 상태에 빠지기 쉬운 심장, 뇌, 혈관 질환, 당뇨 등이 있는 경우 더 위험한 운전자가 될 수 있다”며 “고령 운전자 중에서도 특히 교통법규 위반이 잦은 경우엔 신체 인지능력 저하 때문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다각도로 위험군을 추려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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