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에 지지자 뺏긴다" 당내 우려도
16일 방송 출연을 위해 BBC를 찾은 샤바나 마무드 영국 내무장관. 그는 17일 강화된 난민 규정을 공식 발표한다. 런던=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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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당 정부가 난민에게 망명을 허용하더라도 영주권은 20년 이후에나 신청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한다. 현재는 망명 후 5년이 지나면 영주권 신청이 가능했다. 또한 본국이 안전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난민에게 언제든지 귀국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에도 난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다 최근 반이민정책을 내건 극우 성향의 개혁당에 지지율이 뒤지자 나온 고강도 대책이다.
이민자 출신 장관 ”난민 정책이 영국 분열시켜”
샤바나 마무드 영국 내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출연해 “난민정책이 영국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의 법 개정 추진을 예고했다. 노동당 정부는 17일 난민제도 개정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9월 내각 개편 당시 입각한 마무드 장관은 이날 자신이 이민자 출신임을 강조하며 “불법 이민이 영국을 분열시키고 있기 때문에 (규정 강화는) 제 도덕적 사명”이라고 그 당위성을 강조했다. 파키스탄계 이민자 출신 부모를 둔 마무드 장관은 버밍엄 태생으로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뒤 변호사로 일했다.
BBC는 “이 같은 변화의 목적은 불법 이민자들에게 영국을 덜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어 소형 보트를 이용한 이주와 망명 신청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 3월까지 1년간 망명 신청자는 10만9,343명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이 중 대부분은 프랑스 등에서 소형 선박을 타고 이주한 경우다.
다만 영국의 망명 신청 접수 건수는 같은 기간, 독일(21만8,550건) 스페인(16만4,830건) 프랑스(15만9,260건) 이탈리아(15만1,525건) 등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적은 편이다.
덴마크 모델 ‘벤치마킹’
나이절 패라지 영국 개혁당 대표.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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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 신청을 어렵게 한 영국의 새 규정은 덴마크의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전해졌다. 덴마크 정부는 난민에게 통상 2년의 임시 거주기간을 부여한 뒤 재신청을 통해 갱신하도록 하는데 영주권 취득은 더 까다롭다. 이에 덴마크 내 망명 허용 건수는 급격히 줄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당시 덴마크의 새 규정은 인권 단체들의 비판을 받았고 유럽인권재판소로부터 제소도 당했다”고 지적했다.
강경한 새 난민정책을 놓고 노동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클라이브 루이스를 비롯한 일부 노동당 의원은 “내무부가 참고한 덴마크 시스템은 극우의 주장을 반영하고 있다”며 “(좌파 성향의) 노동당 지지자들이 녹색당 지지로 돌아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극우 성향의 개혁당 대표인 나이절 패라지는 “(노동당 소속) 내무장관이 개혁당 지지자 같다”며 그의 행보를 이례적으로 반겼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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