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앞서 지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하를 재개해서 한은도 인하 여력이 생겼기 때문에 10월 금통위를 앞두고 금리 인하 기대가 고개를 들었지만 결과는 동결이었다. 당시 회의에서 인하를 주장했던 신성환 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통위원들은 대부분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확대로 인한 리스크를 걱정했다.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일단 금리를 동결한 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지켜보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당일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 주택시장이 다시 과열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 통화정책 면에서도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선 기준 금리 결정과 함께 내년 성장률 전망치의 상향 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8월 경제전망 때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제시했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2% 등 다른 기관이나 투자은행(IB)들의 수치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최근 경기 개선 추세를 반영해 수치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내년 경기가 회복 국면으로 들어선다면 부진한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
원/달러 환율, 올해 나흘 중 하루는 1,450원 이상 |
더구나 요즘처럼 원/달러 환율이 불안한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상황에서라면 더욱 금리를 내리기 어렵게 된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 매도와 서학개미들의 미국증시 투자 등의 요인으로 지난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475원을 넘어서는 등 원화 가치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환율 상승을 부추길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동산시장과 외환시장의 불안은 모두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한은 통화정책을 둘러싼 경기와 시장 여건이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이창용 한은 총재가 '방향 전환'을 언급했으니 시장이 '발작'(tantrum) 수준의 반응을 보이며 놀란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현 시장 여건을 보면 이 총재의 언급이 조만간 금리 인상 선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향후 인하 폭 축소나 동결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4.090 턱밑 마감 |
이미 최근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년 만에 다시 6%대로 치솟았다. '에브리싱 랠리'와 '포모'(FOMO·소외 공포)에 휩쓸려 내 집 마련의 막차를 탄 영끌족들은 시장 금리 상승으로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최근엔 부동산뿐 아니라 주식시장의 '빚투'까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니 대출금리 상승의 문제가 단지 부동산에만 국한되진 않을 것이다. 원화 절하가 수입 물가를 통해 국내 물가까지 자극한다면 '비둘기파'였던 한은이 '매파'로 변신할 수도 있다. 분위기에 편승한 '빚투'보다 감당할 수 있는 차분한 투자로 전략을 바꿔야 할 시점이 임박했는지도 모른다.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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