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포기 사태 후폭풍
수뇌부 공백 와중에 간부급 사의
검사장 강등 강행 땐 줄사표 관측
“소신껏 일했는데 프레임 씌워”
박재억 사의 마약합수본 출범 연기
4대 특검 차출에 일선 업무 차질
“검사 20% 비어” “일하지 말란 것”
정진우 지검장 “논란 마음 아파”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대장동 1심 사건 항소 포기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지난 17일 박재억 수원지검장과 송강 광주고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법무부가 해당 검사장 전원을 평검사로 강등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검찰 고위 간부의 '줄사표'가 현실화할지 법조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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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검찰청과 지청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이른바 3대 특별검사팀(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팀)에 적잖은 검사와 수사관들이 파견돼 가뜩이나 인력난에 허덕이던 일선 현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검찰청을 없애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개정 정부조직법이 내년 10월 시행되는 점도 검찰조직 내 회의적 분위기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18일 검찰 등에 따르면 정부가 대검 지휘부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해 경위 설명을 요구했던 검사장들을 평검사 보직으로 전보하는 사실상 ‘강등’ 조치를 검토하는 와중에 사의 표명 소식이 알려진 박재억(사법연수원 29기) 수원지검장과 송강(연수원 29기) 광주고검장에 이어 추가로 사의를 표명한 검사장·고검장은 이날까지 없다. 박 지검장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 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전국 일선 검사장 18명 명의로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글을 올린 검사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검사장들에 대한 조치를 확정할 경우 줄사표 행렬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은 여전하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곽규택(왼쪽 세 번째) 의원 등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법무부 정성호 장관과 이진수 차관을 직권남용(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외압) 혐의로 고발하기 앞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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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를 표명하지 않은 검사장들도 업무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당 입장문에 이름을 올린 A 검사장은 통화에서 “지난 주말 대통령실의 인사 조치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고 이번 주에 잡혀 있던 일정을 모두 보류했다”며 “인사에 대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결정이 늦어질수록 혼란만 가중될 것 같다”고 했다. B 검사장도 “당장 이번 주말쯤엔 지금 자리에 계속 있을지 모르겠다”며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마약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검찰 마약범죄합동수사본부 본부장으로 내정됐던 박 지검장의 사의 표명으로 합수본 출범도 연기되는 등 검찰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정 장관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 중인 점을 거론하며 이 대통령이 귀국한 뒤 검사장들에 대한 징계 논의와 후임 서울중앙지검장 인선 등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검사장들 사이에선 반발 기류가 역력하다. A 검사장은 정부의 인사 조치 검토를 두고 “단순히 검사장들이 어느 자리로 가느냐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검사들이 ‘소신껏 일한 결과에 대해 정치권이 프레임을 씌워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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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검과 지청들에서도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가뜩이나 전례 없는 3개 특검 동시 가동에 따른 인력 차출과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개정 정부조직법 시행을 앞두고 무력감이 팽배한 가운데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정부·여당의 거센 압박이 잇따르면서 일선 검찰 업무에까지 지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관봉권 띠지 유실·쿠팡 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할 상설특검 출범이 가시화하면서 검찰 내부에선 “그냥 검찰에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 지청 관계자는 “우리 청도 3대 특검 출범 후 검사 정원 20%가 안 채워지고 있는 상황이라 미제사건 등 수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상설특검 파견도 대부분 꺼리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한편,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후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를 통해 “마지막 지점에서 논란 속에 검사직을 내려놓게 돼 마음이 아프다”며 “많은 과제를 남겨두고 검찰을 떠나게 돼 미안하고 마음이 무겁지만, 저보다 훌륭한 많은 후배가 더 나은 검찰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유경민·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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