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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천재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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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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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사진)을 보며 리더십에 대해 생각했다. 세계 최고 배구선수였던 김연경이 프로팀 방출선수, 은퇴선수, 실업·대학팀의 ‘언더독스’ 선수들을 모아 ‘원더독스’로 조련해가는 이야기. ‘배구 천재’ 김연경이 보여주는 리더십은 조금 특별한 데가 있어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공감 따윈 없다.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좋지 못한 플레이를 보일 때 “괜찮아, 나도 그랬어” 공감해주지 않는다(진짜 그런 적이 없는 것일지도). 실수한 선수가 “미안하다” 하면 “미안하지 말고 경기를 해!”라고 한다. 아프다, 떨린다, 자신 없다, 이유를 찾는 건 “루저 마인드”라며 “익스큐즈가 아니라 솔루션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둘째, 손끝까지 지시한다. 큰 그림을 그리며 방향을 제시하는 게 리더의 역할인 줄 알았는데, 그의 코칭은 지나치게 세세하다. 서브할 땐 공을 어느 지점으로 보내야 하는지, 블로킹에 오른손을 쓸지 왼손을 쓸지 상황별로 명료하게 알려준다. 물론 모두가 천재는 아니기에 대부분은 시켜도 제대로 못 한다. 하지만 될 때까지 끈질기게 밀어붙인다. 경기의 큰 흐름과 세부를 한눈에 파악하는 천재라 가능한 방식일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성과를 냈을 땐 정확히 칭찬한다. “거 봐, 되잖아”라는 말과 함께다. 천재에게 칭찬받은 선수들은 그 힘으로 훨훨 날아다닌다. 프로그램 통틀어 감독에게 가장 많이 혼나고, 칭찬받고, 그만큼 성장한 선수는 몽골 출신의 인쿠시였다. 감독의 질책과 지시가 끝나기도 전에 “넵!”하고 빠르게 답해 별명이 ‘넵쿠시’다. 천재건 범인이건 리더들이 갈구하는 것은 바로 “넵”이로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어서 다행이다.

    이영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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