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11월12일 09시15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의 ‘투톱’ 일라이릴리(Eli Lilly)와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가 3분기 비만 분야 실적에서 순위가 뒤바뀌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Wegovy)’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릴리가 저가 공세와 유통 구조 혁신으로 판세를 뒤집었다. 비만약 경쟁이 단순히 ‘체중감량률’ 중심에서 벗어나 부작용 관리·복용 편의성·가격까지 복합적으로 평가받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비만 치료제 개발사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젭바운드 2.5㎎과 5㎎ 단일 용량 바이알 제품. (출처= 일라이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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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제약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릴리의 3분기 매출은 176억달러(약 25조5000억원)로 전년 대비 54% 급증했다. 비만·당뇨 복합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 매출은 65억달러(약 9조4300억원), 비만 전용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는 35억달러(약 5조2000억원)로 각각 109%, 185% 성장했다.
반면 노보노디스크는 주력 제품인 위고비 매출이 203억5400만덴마크크로네(약 4조5000억원)에 그쳤다. 전년 대비 18% 증가했지만 증가 폭이 둔화됐고 전체 매출은 2분기보다 2.5% 감소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노보노디스크는 글로벌 GLP-1 계열 시장의 약 60%를 점했으나, 3분기 들어 젭바운드가 급부상하면서 미국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접근성으로 반전 드라마
릴리의 반전 비결은 ‘가격’과 ‘접근성’이었다. 지난해 8월부터 기존 고가 펜형(자동주사기) 대신 가격이 절반 이하인 주사병(바이알) 제형을 내놨고, 올해 2월 고용량 모델과 할인 옵션을 추가했다. 10월 말부터는 월마트 등 대형 약국 체인을 통해 판매 채널을 확대해 보험 비적용 환자와 저가 수요층을 끌어들였다. 기존 비승인 복제(compounding) 시장을 ‘정품 저가 바이알’로 대체하면서 합법 유통으로 흡수한 것이다.
릴리는 유통망까지 새로 설계했다. 자체 직판 플랫폼 ‘릴리다이렉스(LillyDirect)’를 중심으로 병·의원, 체중감량 클리닉, 약국 체인을 통합해 공급망을 안정화했다. 보험·리베이트 구조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평균판매단가(ASP)를 지켜낸 ‘균형 전략’으로 평가된다. 회사 분석에 따르면 3분기 신규 처방의 45% 이상이 바이알 제형이었다.
반면 노보노디스크는 펜형 중심 구조를 유지한 채 공급난과 복제약 확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 사이 릴리가 미국 내 GLP-1 계열 시장 점유율을 16%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며 격차를 벌렸다.
이제는 ‘차별화’에 주목할 때
릴리의 ‘역전드라마’는 비만약 경쟁이 더 이상 ‘체중 감량률’ 하나로 승부나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부작용 관리, 복용 편의성, 제형 다양성, 가격 효율성이 모두 함께 평가받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비만치료제 개발사에도 새로운 변곡점이 되고 있다. 국내 기업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인 만큼, 체중 감량률보다 가격 경쟁력·낮은 부작용·복용 편의성·제형 혁신 등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런 전략적 접근은 단순한 모방이 아닌, 시장의 ‘성숙기’에 대응하는 방향 전환이라는 평가다.
국내 한 비만치료제 개발사 관계자는 “예전엔 비만치료제 선택에 있어 ‘얼마나 살이 빠지느냐’가 전부였지만, 이제는 편리성·안전성·가격 같은 현실적 요소가 선택 기준으로 떠올랐다”며 “산업이 성숙하면 효과 외 요소들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미약품(128940)은 근육량 증가와 지방 분해를 동시에 유도하는 비인크레틴 신약 ‘HM17321’로 ‘건강한 체중 감량’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최근 ‘미국비만학회(Obesity Week 2025)’에서 발표된 전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 대비 지방 감소 폭이 크고 근육량 증가가 유의했다. 회사는 향후 제품 상용화 시 기존 비만 치료제 대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해 접근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디앤디파마텍(347850)은 같은 학회에서 경구용(GLP-1·GIP 이중작용제) 비만약 ‘MET-GGo’의 전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대비 약물 흡수율이 10배 높았고, 반감기도 100시간 이상으로 나타나 약효 지속성에서도 우수했다. 회사는 이 후보물질을 포함한 비만 치료제 6종을 총 1조1000억원 규모로 미국 멧세라에 기술이전했으며, 최근 멧세라가 화이자에 인수되면서 글로벌 임상 및 상용화 속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디앤디파마텍 역시 경구 제형의 생산 효율성과 대량 제조를 통한 단가 절감이 가능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치료제 대비 가격 측면에서도 유리할 것이란 평가다.
일동제약(249420)은 경구용 비만 치료제 ‘ID110521156’의 임상 1상을 마무리하고, 4주 투여 시 최대 13.8%의 체중감소 효과와 우수한 안전성을 확인했다. 회사는 펩타이드 주사제가 아닌 합성소분자 기반의 경구용 제형이라는 점을 앞세워 글로벌 기술이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생산 공정이 단순하고 제조비가 낮은 합성소분자 기반 특성상 상용화 이후에도 합리적 가격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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