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참여 하나금융·론스타 JCC '상사중재 판정문' 증거 채택
정부 '변론권 박탈'… 추측성 증거만으로 정부 책임 인정
정부, '증거재판주의 위반' 등 적극 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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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사이에 13년 동안 진행된 수조 원대 국제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정부가 주장한 '중대한 적법 절차 위반'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19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억1650만달러(약 2815억원)를 배상해야 한다는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의 판정을 뒤집고 배상금 0원이라는 결론을 끌어낸 것은 '증거로 써서는 안 되는 내용을 재판부가 증거로 사용했다'는 것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ICSID는 2022년 8월31일 우리 정부에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의 4.6%에 해당하는 281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2023년 7월 판정부의 명백한 권한 유월(월권),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 이유 불기재를 이유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판정 취소신청을 제기했다.
우리 정부는 취소소송에서 판정부가 사건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은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 국제상업회의소(JCC) 상사중재 판정문을 증거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변론권·반대신문권을 박탈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또 판정부가 추측성 또는 전문증거만으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해 증거재판주의를 위반했고 이 사건의 결정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하면서도 오히려 우리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위법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소명했다.
우리 정부가 참여하지도 않은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분쟁 결과를 우리 정부가 잘못했다는 증거로 사용했다는 것을 부각했다는 것이다.
앞서 우리 정부는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판정부는 특별한 근거도 없이 정부가 증거를 은닉한 것으로 간주해 책임을 정부에 전가하고 있고, 유리한 사실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이를 입증할 책임이 있다는 기본 원칙을 간과한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13년 동안 론스타 소송에서 우리 정부를 대리한 김갑유 피터앤김 변호사는 "기존 재판부는 우리 정부도 잘못했고 론스타도 잘못했다는 취지로 판결을 했는데, 대한민국이 잘못했다는 부분의 증거가 없었다"며 "우리 정부가 개입하지 않은 분쟁의 결과를 증거로 채택하면서 우리 정부에 방어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것을 취소 소송 과정에서 주장했고 결정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참여하지 않은 중재 절차의 판정 결정 내용을 증거로 사용한 것은 중대한 적법 절차 위반"이라며 "그 부분이 잘못된 이상 사실상 다른 것을 판단할 필요 자체가 없어진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으로 중재 판정에서 인정됐던 한국 정부의 론스타에 대한 배상금 원금 2억1650만달러 및 이에 대한 이자의 지급 의무가 취소됐다. 취소 절차에 쓰인 소송 비용 약 73억원도 30일 이내에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한편 사모펀드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기존 중재판정부의 승소 판정을 취소한 데 대해 추가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론스타 측은 "사건을 다시 새로운 재판부(Tribunal)에 제기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새로운 재판부도 한국의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론스타에 손해액 전액을 배상해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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