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우리는 뚜렷한 사계절이 사라지는 변화를 겪고 있다. 계절이 사라진 빈자리에는 폭염, 가뭄, 홍수 등이 번갈아 발생하는 복합재난이 들어섰다. 극단적 이상기후는 우리의 대응력을 초월하며 범지구적인 위기를 일으킨다. 기후위기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줄이는 것은 국제사회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고, 세계 각국은 재생에너지의 확산을 통한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이러한 흐름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좁은 국토와 적은 일사량 등 환경요인은 재생에너지의 개발에 있어 불리한 조건이다. 게다가 재생에너지 인프라 조성에 있어 지역주민의 협력과 동의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은 과제이다.
‘물 에너지’는 이러한 조건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되고 있다. ‘물에너지’는 물만 있다면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개발할 수 있기에 환경요인과 지역주민 수용성을 모두 충족시킨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국내 1위 재생에너지 공기업으로, ‘물 에너지’의 가능성을 주목하며 에너지 전환을 이끌고 있다. 수상태양광은 물 에너지를 대표하는 차세대 인프라다. 댐 수면 위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기에 산림 등의 훼손이 없이 설치가 가능하다. 육상태양광 대비 효율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특히 현재 운영 중인 합천댐 수상태양광은 지역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주민과의 이익 공유를 실현해 지역 상생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또 임하댐 수상태양광은 지역 주도의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7월 말 발전을 개시하며 지역 상생형 재생에너지의 확산이 기대되고 있다.
물속의 온도 차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수열에너지는 계절별로 기온과 수온이 다른 특성을 이용해 냉난방 에너지로 활용하는 미래형 에너지원이다. 수열에너지는 기존 건물 내 설치 및 냉난방 요금의 절약이 가능해 민간 수용성이 매우 높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국내 최초의 대규모 수열도입 사례인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시작으로, 삼성동 코엑스, 현대차 GBC센터, 영동대로 복합센터 등 수열에너지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소양강댐 심층수를 활용한 ‘강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고, 관리비 Zero를 목표로 하는 ‘하남교산 APT 수열 시범사업’ 등으로 민생 부담을 줄이는 해법도 마련하고 있다.
조수간만의 차를 활용한 조력발전도 빼놓을 수 없는 ‘물 에너지’ 중 하나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시화호 조력발전은 254㎿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연 17만명의 사용 전력을 생산하며, 직접PPA 계약을 통해 국내 수출기업의 RE100 달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새만금 조력은 RE100 산단 구축을 위한 전력 공급원으로 각광 받고 있으며, 국가 산업 지도 개편과 글로벌 친환경 인증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위기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냉혹한 현실이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약속이다. 봄과 가을이 사라진 계절을 물려줄 수 없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국가 물관리 전문기관으로서 물이 가진 모든 힘을 미래의 에너지로 바꿔가겠다. 물 에너지가 생활이 되고 그 변화가 쌓여간다면, 사계절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송현승 한국수자원공사 재생에너지본부장 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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