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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2 (월)

    [헤럴드광장] 코스피 5000 시대 완성, 상사법원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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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


    우리 자본시장은 지금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2025년 10월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시장은 코스피 5000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 기업지배구조 개선, 밸류업 정책 등 다양한 제도적 개혁이 추진되고 있으나, 이러한 변화를 최종적으로 안착시킬 사법 인프라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상법, 회사법, 증권거래법, 자본시장법 등 복잡한 상사 분쟁을 일반 민사법원이 담당하고 있다. 회사 설립부터 M&A, 지배구조 분쟁, 주주권 행사, 기업 구조조정에 이르기까지 기업 활동 전반의 분쟁이 전문법원 없이 처리되는 구조다. 상사 사건의 전문성과 난이도를 고려하면 이는 명백한 한계다. 더욱이 법원 내부에는 상사전문판사 육성 시스템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투자할 때 가장 우려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예측 가능한 법률 판단의 부족이다. 유사한 사안임에도 법원마다, 시기마다 다른 결론이 나오면 시장의 신뢰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해외 사례는 전문 상사법원의 필요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영국 상사법원은 125년 이상의 역사 속에서 런던을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핵심 인프라다.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SICC) 역시 2015년 설립 후 단기간에 아시아의 분쟁 해결 허브로 부상하며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자본시장의 신뢰는 법 제도의 존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아무리 정교한 상법과 자본시장법을 마련해도 이를 해석·적용하는 법원의 판단이 전문성과 일관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법률의 실효성은 크게 떨어진다. 코스피 5000 시대는 단순한 지수 상승이 아니다. 기업 가치가 정확히 평가되고 주주 권리가 제대로 보호되는 성숙한 자본시장 체계의 완성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판례가 안정적으로 축적되어야 한다. 최근 개정된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의 적용 문제, M&A 분쟁, 주주총회 결의의 효력 판단, 증권 집단소송 등 기업 활동을 둘러싼 상사 분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이러한 사건을 다루는 전문법원의 부재는 분명한 제도적 공백이다.

    상사법원에서 전문 판사들이 일관된 법리를 바탕으로 판결을 축적해 나간다면, 그 자체가 시장 참여자들에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거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

    전문적이고 일관된 사법 판단은 기업의 법적 불확실성을 줄여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촉진하고, 투자자에게는 권리가 확실히 보호된다는 신뢰를 제공한다. 경영진이 주주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명확한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 내부자거래나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도 엄정한 법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전문법원 없이는 기대하기 어렵다. 궁극적으로 아무리 뛰어난 법과 정책을 마련해도 분쟁을 해결하고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최종 단계는 법원의 몫이기 때문이다.

    상사분야의 전문성이 집적된 판결이 쌓이고, 그것이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때 비로소 코스피 5000 시대의 자본시장은 완성된다. 상사법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인프라다.

    이인석 이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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