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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1 (일)

    [사설] ‘탈석탄 동맹’, 기후변화 모범국 강박에 과속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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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4위 석탄 수입국인 우리나라가 늦어도 2040년까지 탈(脫)석탄을 목표로 내세운 ‘탈석탄 동맹(PPCA)’에 가입했다. 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다. 싱가포르는 석탄 비율이 1%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아시아에서 유일하다. 한국보다 석탄 의존도가 높은 중국·인도·일본이 PPCA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만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탄소배출이 거의 없는 원자력발전에 미온적인 정부가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줄이겠다는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공표에 이어 PPCA까지 가입하면서 인공지능(AI) 시대 폭증하는 전력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한국은 작년 기준 전력 생산에서 석탄 비율이 28.1%를 차지한다. 운용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설비용량 역시 세계 7위 수준이다. 또 지난해 세계에서 석탄을 가장 많이 수입한 상위 5개국에도 포함됐다.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대만 순이다. 이번 가입으로 한국은 CCUS(탄소포집 저장·활용 기술) 등 온실가스 저감 장치가 없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이상 짓지 않기로 했다. 현재 운영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중 40기는 예정대로 2038년까지 폐쇄하기로 했다. 남은 21기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내년까지 존폐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현 정부가 청정에너지 확대를 표명하면서도, 정작 원전 등 ‘기저 전원(안정적으로 가동돼 전력 수요의 기본을 담당하는 발전원)’ 확보엔 소극적이란 점이다. 한국 상황에서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안정적 공급이 어려운 만큼 결국 원전이 값싸고 품질좋은 청정에너지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원전에 부정적인 시민·환경단체의 입김에 휘둘리는 양상이다. 재생에너지가 비교적 활성화된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조차 전기 요금 급등으로 국민 불편과 산업 경쟁력이 무너지고, 에너지 안보 불안까지 겹치자 원전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가 산업, 공공, 일상 및 첨단기술에 급속 확산되기 시작함에 따라 전기에너지 확보가 국운을 좌우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수요를 동시에 맞출 수 있는 과학적 선택에 유능한 국가가 AI시대를 앞서갈 수 있다. ‘탄소세’가 무역장벽으로 등장하는 시대에 ‘탈탄소’ 정책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기후변화 모범국’ 강박에 사로잡혀 과속하는 것은 제조강국 한국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우리의 경쟁국들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 탈탄소에 이기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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