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과 관련해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김용범 정책실장.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미 관세 협상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릴 용기가 있는 사람이 이긴다”며 “투자 펀드 (연간 한도) 200억달러를 관철하라”고 강하게 주문했다고 협상 뒷 얘기를 공개했다.
김 실장은 19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한 달 전쯤인 지난 10월에 “투자 펀드 200억달러를 관철하라”며 재협상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10월에는 양쪽이 (협상에) 진지해져서, 일주일에 두번씩 미국을 가고 그랬다”며 “당시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같이 다녔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투자액) 범위는 많이 좁혀놨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에게 ‘다 됐다, 타결됐다’고 보고를 했는데, (이 대통령이) 장관들하고 모여서 종합 판단”을 한 뒤 “기준을 올렸다”고 전했다.
김 실장이 당시 미국에서 받아 온 협상안의 연간 투자 한도는 200억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다만, 당시 협상단은 외환시장과 관련한 표현을 합의문에 넣어 ‘실질적으로 200억달러를 넘지’ 않는 조건을 만들 표현을 넣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협상안을 받아온 지 2~3일 뒤에 “깔끔하게 연간 200억달러 상한 표현이 들어가지 않으면 못하겠다”며 “(미국의) 선의를 기반으로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그런 결정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김 실장은 전했다.
김 실장은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 쪽이 초안에 ‘합의안을 지키지 않으면 몰취한다’는 표현까지 포함하자고 주장했다는 얘기도 전했다. 사실상 한국 기업의 자금으로 구성된 투자금을 경우에 따라 강제로 미국 정부 쪽으로 귀속시키겠다는 과도한 요구를 펼친 셈이다.
김 실장은 “이것(합의안)을 안 지키면 몰취한다는 표현들이(있었다), 모든 표현이 굉장히 강하고, 미국 입장에서 쓰인 것”이라며 “초기 문서가 (원래) 이런가 생각은 되지만, 일단 초기에는 그렇게 (작성됐다)”고 말했다.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은 이날 한겨레에 “투자를 했는데 그냥 다 빼앗아가겠다는 표현으로, 요즘 그런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며 “문명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석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