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식, 모바일, 해상용, 라이트
9월 테스트 성공…12월 배치
한국도 주요시장인가?…"Yes"
[이스라엘 하이파=뉴시스] 최명수 기자 = 이스라엘 방위산업 기업 라파엘이 내놓은 드론 로켓 요격용 아이언빔 4종 세트 제원. (사진=이스라엘 국방부,라파엘 제공) 2025.11.13 apollon@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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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하이파=뉴시스] 최명수 기자 = 지중해 연안에 자리 잡은 이스라엘 제3의 도시 하이파. 북동쪽 외곽으로 20km쯤 떨어진 산 중턱에 오르자 회색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스라엘 방위산업 핵심 기지인 라파엘(Rafael) 연구개발·제조단지(Rafael facility centered on manufacturing and R&D)다.
보안 절차를 거쳐 문이 열리자 기자의 발걸음이 자연스레 빨라졌다. 카메라 촬영은 금지됐지만, 한국 언론에 전시관(Showcase room)을 처음 공개한다는 관계자의 말이 마음을 들뜨게 했다. 간단한 소개 영상이 끝나자 투명 스크린 너머로 실물 무기와 정교한 모형들이 빼곡히 자리한 모습이 드러났다.
다윗의 돌팔매(David' Sling), 아이언돔(Iron Dome), 씨돔(C-Dome). 이미 익숙한 이름들이다. 그러나 오늘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미사일이 아닌 레이저 광선을 사용해 드론과 로켓을 요격하는 방공시스템 ‘아이언빔(Iron Beam)’이다.
[이스라엘 하이파=뉴시스] 최명수 기자 = 이스라엘 하이파 외곽에 있는 라파엘 연구개발·제조단지(Rafael facility centered on manufacturing and R&D)내 전시관. 한국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된 이 전시관에서는 다윗의 돌팔매, 아이언돔, 씨돔, 아이언빔 등의 모형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사진 = 라파엘 제공) 2025.11.13. apollon@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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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SF가 아니다”
브리핑룸에 들어서자 발표를 맡은 레이저부서 담당자가 짧게 운을 띄웠다. “더 이상 공상과학(SF)이 아닙니다. 현실입니다.”
“그렇습니다. 발사 비용은 사실상 전기료뿐입니다.”
기술적 난관은 있다. 먼지, 습도, 대기 산란으로 장거리 요격(약 10km)이 어렵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이 넘지 못한 난제였다. 라파엘은 CBC(Coherent Beam Combining)와 적응광학(Adaptive Optics)으로 이를 극복했다고 발표자는 담담히 말했다.
“어릴 적 돋보기로 종이를 태우던 경험, 그걸 10km 거리에서 구현하는 겁니다.” 그의 눈빛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이스라엘 하이파=뉴시스] 최명수 기자 = 라파엘이 개발한 아이언빔. 라파엘은 지난 9월 테스트에서 아이언빔을 이용한 드론 요격에 성공했다. 오는 12월 정식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사진=라파엘 제공) 2025.11.11. apollon@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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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빔 4종과 다층 방어
아이언빔은 네 종류다. ▲고정식(전략 거점 방어용, 출력 100kW, 사거리 10km) ▲모바일(이동형, 50kW, 국경·기동부대 방어, 산악·도심 사각지 대응) ▲해상형(함정 탑재, 해상 드론·소형 보트 대응) ▲라이트(경량형, 차량 탑재, 소형 UAV 대응, 실전 요격 성공) 등이다.
고정식이 전략 거점을 넓게 덮고, 모바일과 라이트가 사각지대를 메운다. 해상형은 바다를 지킨다.
발표자는 레이저 약점도 솔직히 밝혔다. 강한 비가 오면 아이언돔으로 약점을 보완한다. 다른 무기체계와의 통합 운용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적중률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미 국경에서 수천 번 발사했고 성공률은 매우 높다고 했다.
[이스라엘 하이파=뉴시스] 최명수 기자 = 이스라엘의 주력 방공시스템이 아이언돔 미사일 발사 장면. (사진 = 이스라엘 국방부 제공) 2025.11.13. apollon@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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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검증과 배치
아이언빔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방문한 전시관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했다. 트로피(Trophy APS) 전차 능동방어체계가 눈에 띄었다. RPG와 대전차 미사일을 자동 탐지, 근접파편탄으로 격파한다. 메르카바 전차뿐 아니라 미군 M1, 영국군 전차에도 적용된다. 최근 폴란드와 현대 로템 협력으로 글로벌 방어망에 포함됐다.
해상 원격포탑 타이푼(Typhoon)도 전시됐다. 파도와 진동을 보정하며 목표를 추적하고, 소형 보트와 무인항공기(UAV)까지 대응한다. 미 해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여러 함정에 배치된 장비다.
벽면의 절반은 스파이크(SPIKE) 미사일이 차지했다. 구형부터 최신형 ‘에어로 스파이크’까지 연도별로 정렬됐다. 한국군 운용 모델도 포함됐다.
[이스라엘 하이파=뉴시스] 최명수 기자 = 이스라엘의 방공시스템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요격 미사일 다윗의돌팔매(David's Slinf·왼쪽)와 아이언돔(Iron Dome·가운데), 레이저 광선을 이용한 아이언빔(Iron Beam·오른쪽) 발사 장면. (사진=이스라엘 국방부, 라파엘 제공) 2025.11.13. apollon@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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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을 지탱하는 거대한 하늘 방패
아이언돔과 씨돔, 다윗의 돌팔매 앞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들은 이미 수백만 명의 일상을 지켜온 장비다. 이스라엘은 사거리와 고도별로 애로우-3·2, 다윗의 돌팔매, 아이언돔, 아이언빔 등 다층 방공망을 가동 중이다. 발표자는 무게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시스템이 없었다면 도시는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전시관 관람까지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는 금속 냄새와 레이저의 열기가 느껴졌다. 발표자가 짧게 던진 설명들이 귓가에 남았다.
아이언빔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현실 속 방패였다. 하늘 위 드론과 로켓을 정확히 요격하며, 전략 거점과 국경, 바다까지 지킨다. 작은 실험실에서 시작된 기술이, 이제 이스라엘을 지탱하는 거대한 방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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