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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th SRE][Worst]신용등급 흔들리는 석화…상위권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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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회 SRE]

    워스트레이팅 10곳 중 절반이 석화

    부도 위기 여천NCC 압도적 1위

    단골손님 CJ CGV·SK온 나란히 2·3위

    롯데그룹 존재감 두드러져…SK는 개선

    이 기사는 2025년11월19일 11시06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여천NCC를 필두로 석유화학 업체들의 신용등급 조정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업황 둔화로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화업체들이 36회 SRE이 적정하지 않은 기업(워스트레이팅)’ 상위권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주요 그룹 중에서는 여전히 롯데와 SK가 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CJ에 대한 우려도 여전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확실성 여파로 다수 이름을 올렸던 건설사와 증권사들은 이번 조사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워스트레이팅 10위권에는 롯데건설만이 남았고, 증권사는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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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회 SRE 워스트레이팅 1위는 여천NCC가 차지했다. 지난 8월 대주주인 DL과 한화의 지원으로 부도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지만 석화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현재 신용등급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천NCC는 지난해 석화업계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도 워스트레이팅 6위를 기록하며 비교적 선방했으나 올해 부도 사태를 겪으며 단숨에 1위로 뛰어올랐다.

    2위는 32회 SRE 이후 줄곧 3위권을 지켜온 CJ CGV가 차지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 자회사로 편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익 개선이 미미해 우려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3위는 지난해 1위를 기록했던 SK온이 이름을 올렸다.

    워스트레이팅이란 기업별 신용등급 수준 적정성을 묻는 항목으로 회사채를 분석하고 운용하는 시장전문가들이 기업 펀더멘털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신용등급을 가진 기업이 어디인지 응답하는 것이다. 2005년 시작한 SRE는 그동안 신용평가사가 부여한 신용등급 거품(등급 쇼핑)을 지적했고 STX, 동양, 금호, 웅진, 대한전선, 한진해운, 현대상선(HMM), 두산 등 많은 기업 신용위험을 선제적으로 경고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당 기간 워스트레이팅 기업은 신용등급 고평가 기업으로 여겨졌지만 2016년 24회 SRE부터는 등급 적정성과 등급 방향성을 함께 묻고 있다.

    응답자 절반 이상 “여천NCC 신용등급 적절치 않아”

    여천NCC는 36회 SRE에서 총 222명 가운데 115명(51.8%)의 선택을 받아 현재 신용등급이 가장 적절하지 않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115명 중 여천NCC의 등급 상향이 필요하다고 선택한 인원은 4명에 불과한 반면 등급 하향 의견은 111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이 여천NCC의 현재 등급이 실제 신용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음을 보여준다.

    세부적으로 보면 크레딧애널리스트(CA)는 총 72명 중 47명(65.3%)이 여천NCC의 등급이 적절치 않다고 봤다. 특히 47명 모두 등급하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비(非) 크레딧애널리스트(비CA)의 경우 150명 중 68명(45.3%)이 여천NCC 등급에 의문을 표했다. 이 중 64명이 하향, 4명이 상향 의견을 남겼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50%씩 출자해 설립한 여천NCC는 나프타를 열분해해 석화 기초원료를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시설(NCC)업체다. 한때 조(兆)단위 영업이익을 내는 등 알짜기업이었으나 중국발 공급과잉 사태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지난 2022년부터는 4년째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에는 운영자금 부족으로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가 대주주의 긴급 지원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SRE자문위원은 “여천NCC의 워스트레이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단순한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 신용 구조상 근본적인 문제가 반영된 결과”라며 “신용등급 조정 속도가 시장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2위는 지난 34회 SRE부터 2위를 유지하고 있는 CJ CGV가 차지했다. 득표수는 85표, 득표율은 38.3%를 기록했다. CJ CGV는 지난 30회 워스트레이팅 7위에 이름을 올린 이후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으며 31회와 32회에 1위를 기록했다. 지난 33회에서 3위로 잠시 내려갔지만 34회에서 2위에 오른 이후 3년 연속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신용리스크 해소 못하는 CJ CGV

    CJ CGV가 워스트레이팅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멀티플렉스 산업 전반의 침체뿐 아니라 무리한 해외투자 실패로 적된 손실이 재무부담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SRE자문위원은 “CJ 올리브네트웍스를 흡수합병하며 일시적으로 재무건전성이 개선된 듯 보였지만 본업의 적자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이 기대감으로 신용등급 전망이 ‘긍정적’으로 상향됐지만 적자가 이어지면서 그 효과가 희석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위였던 SK온은 올해 총 75표(33.8%)를 득표해 두 계단 내려온 3위를 기록했다. 특히 신용등급 상향의견이 눈에 띄게 늘어나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75명 중 11명이 SK온의 신용등급 상향이 필요하다고 답했는데, 지난해 단 한 명도 상향 의견을 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의 시각이 다소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SK온은 34회 SRE 워스트레이팅에서 처음으로 이름을 올리며 13위로 진입했다. 이후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돼 지난해 35회 조사에서는 1위까지 올랐다. 올해 순위가 내려간 것은 캐즘이 일부 해소되면서 실적이 일부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SK온은 올해 3분기 통합법인 기준 17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SRE자문위원은 “SK온은 ‘A+’ 등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채권 발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용등급이 시장 신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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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증권 사라지고 석화가 지배

    36회 SRE에서는 워스트레이팅 40개 기업 가운데 19개사가 신규로 편입됐다. 32회에 5개사, 33회에 8개사, 34회에 12개사, 35회에서 16개사가 새로 편입된 것과 비교하면 늘어난 수치다. 36회에서는 지난해 위험 신호가 감지됐던 석화 업종이 상위권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지난해 10위권 내에 다수 포진했던 증권사들은 자취를 감췄다.

    실제 워스트레이팅 10위권 내에는 여천NCC, 롯데케미칼, LG화학, 효성화학 등 석화업체 4곳이 포함됐다. 여기에 석화업체를 모회사로 둔 SK온까지 더하면 총 5곳으로, 상위 10개 기업 중 절반이 석화 및 이차전지 업종에 속한다. 우량 기업으로 꼽히는 LG화학이 올해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는 점은, 석화업계 전반의 침체가 그만큼 깊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20위권에도 한화솔루션(13위)과 HD현대케미칼(15위), SK지오센트릭(16위), LG에너지솔루션(20위) 등 다수가 포진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내년을 기점으로 석화업체들의 신용등급 줄하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PF 위기로 워스트레이팅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건설사와 증권사들은 대부분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거나 자취를 감췄다. 건설사 중에서는 롯데건설(4위)을 제외하고 10위권 내에서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20위권 안에 있었던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각각 23위, 34위로 하락했다. 증권사는 40위권 내에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PF 시장이 연착륙 국면에 접어들면서 관련 업종의 신용 불안이 완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응답자 모두가 등급 하향이 필요하다고 투표한 곳은 SLL중앙, CJENM, SK이노베이션, 이랜드월드, 코리아세븐, 동화기업, 포스코, 세아베스틸지주·세아제강 등이다. 그룹사 중에서는 단연 롯데그룹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롯데건설(4위)을 비롯해 롯데케미칼(5위)과 롯데하이마트(6위)가 뒤를 이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5위에서 한 계단 상승했고, 롯데케미칼은 전년 11위에서 10위권 안으로 진입했다. 특히 롯데하이마트는 이번 조사에서 신규로 워스트레이팅 명단에 포함되자마자 6위에 오르며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워스트레이팅 기업 어떻게 선정하나

    워스트레이팅 후보군은 ‘AAA~BBB-’ 사이 투자적격등급을 보유한 기업 가운데 40개사를 선정한다. 후보군 선정은 직전 설문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한 기업(계열)은 추이를 살펴보기 위해 유지한다. 자문위원단 의견을 취합해 △발행규모가 일정수준 이상이거나 △시장의 관심이 큰 기업 △최근 등급 변동이 있었거나 평가사간 등급이 다른 기업 △채권 수익률(MIR)과 신용등급간 괴리가 있는 기업 위주로 추린다.

    SRE 설문에서는 40개 후보군 가운데 응답자별로 5개 이내에서 선택할 수 있다. 선택한 기업에 한해 등급 방향을 추가로 표기한다.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 하향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에 각각 표기하는 방식이다. 평가사별 등급이 다른 스플릿 기업의 경우 높은 등급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면 ▲ 낮은 등급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면 ▼를 선택하면 된다. 이번 설문에 새롭게 포함된 후보군은 롯데하이마트와 삼척블루파워, 한온시스템,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SK지오센트릭, 호텔신라를 포함해 총 19개사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6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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