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피알 젊은 질주,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전열 재편, LG생건 글로벌 베테랑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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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은 연륜 있는 리더십 아래 전통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전면적으로 재편하며 반등의 실마리를 찾고 있고, LG생활건강은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풍부한 글로벌 경험을 갖춘 외부 전문가를 대표이사로 영입해 체질 개선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각기 다른 세대의 리더십이 주도하는 경영 전략의 차이는 K-뷰티 산업의 판도를 빠르게 뒤흔들고 있다.
◆ 젊은 수장, 압도적 성장세…세대 전환의 선봉에 선 에이피알 = 에이피알의 질주는 세대 교체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1988년생인 김병훈 대표는 30대의 나이로 창업과 경영을 동시에 이끌며 화장품 산업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에이피알은 전년 대비 매출 122% 증가한 3859억원, 영업이익은 253% 오른 961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또 한 번 경신했다. 연간 누적 매출은 9797억원으로 연매출 1조원 돌파가 확정적이다.
에이피알의 특징은 빠른 실행력과 디지털 기반 유통 전략이다. 초창기부터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과 글로벌 D2C(Direct-to-Consumer) 채널을 중심으로 판을 짰고 이를 통해 미국·동남아시아·일본 등지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 특히 3분기 전체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발생했고 미국 시장 단일 매출만 1500억원을 넘기며 아마존과 얼타 뷰티 채널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와 더불어 김 대표는 자체 화장품 브랜드 '메디큐브'와 뷰티 디바이스 AGE-R 시리즈의 투트랙 성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안티에이징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의료기기 신사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저·고주파 기반 EBD(미용의료기기) 장비를 비롯해 주사형 솔루션 기기까지 개발 중이며 이를 통해 킨케어에서 디바이스, 미용의료로 이어지는 사슬로 토털 안티에이징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 브랜드 리빌딩에 나선 아모레…전통의 힘으로 반등 = 아모레퍼시픽은 대기업 체제의 무게감과 오너 경영이라는 보수적 구조 속에서도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경배 회장(1963년생)은 여전히 그룹의 상징적 리더이자 의사결정의 중심이지만 최근엔 전면에 젊은 브랜드를 배치하며 포트폴리오를 리빌딩하고 있다. 프리메라, 라네즈, 에스트라, 헤라, 설화수 등 전통과 트렌드를 접목시킨 브랜드군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등을 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실적은 이 같은 전략이 통했음을 보여준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매출 1조 1082억원, 영업이익 104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8%, 39% 증가했다. 핵심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은 영업이익이 41% 증가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라네즈와 에스트라가 미국,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아시아권에서 고성장을 이어갔고 중국에서도 수익 구조를 다잡으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전통 대기업답게 조직 효율화와 자회사 통합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 오설록 등 비주력 계열사들도 수익 구조를 개선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보수적이면서도 완급 조절을 통해 서서히 체질을 바꾸는 아모레의 행보는 젊은 브랜드 전략과 무게감 있는 리더십이 공존하는 이중 구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 위기의 LG생활건강, 글로벌 여성 리더로 반격 시동 =한편 LG생활건강은 주요 사업 부문의 부진으로 성장 정체 국면에 들어섰다. 특히 주력인 뷰티 사업이 고강도 재정비에 돌입하면서 매출과 수익성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이번 3분기 매출은 1조5800억원, 영업이익은 462억원으로 각각 7.8%, 56.5% 감소했으며 뷰티 부문은 매출이 26.5% 줄어든 4710억원, 영업손실은 58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됐다. 면세 채널 위주의 판매 구조와 주력 브랜드의 경쟁력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에 LG생활건강은 외부에서 변화의 동력을 찾기로 했다. 지난 9월 영입된 이선주 대표는 로레알, 유니레버, AHC 등 글로벌 뷰티 기업에서 30여 년간 경력을 쌓은 인물로 국내보다는 북미·일본 시장에 정통한 전략가로 평가된다. 기존 중국 중심의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북미와 기타 신흥시장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LG생활건강의 닥터그루트, 유시몰 등 데일리뷰티 브랜드는 북미와 일본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생활용품(HDB)과 음료 부문도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뷰티 본업의 회복이 여전히 요원한 가운데, 조직 쇄신과 브랜드 리빌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외부 리더십 교체만으로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K-뷰티 3사는 각기 다른 수장들의 세대와 배경에서 비롯된 경영 전략으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에이피알은 30대 창업자의 디지털 실행력과 속도로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고 아모레퍼시픽은 브랜드 리빌딩과 글로벌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LG생활건강은 위기 속에서 글로벌 감각을 갖춘 여성 CEO를 영입해 반격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내수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명확해진 만큼 북미·동남아·일본 등 핵심 권역이 향후 3~5년 K-뷰티의 진짜 승부처가 될 것"이라며 "각 사의 리더십 스타일이 글로벌 전략의 속도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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